‘빚준 상전이요 빚 쓴 종이라’고 했다. 빚 진 사람은 빚준 사람에게 굽죄여 지내게 된다는 말이겠다. ‘빚 물어달라는 자식 낳지도 말랬다’거나 ‘빚 보인(保人)하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고도 했다. 자식을 낳아서 기르는 것 만도 큰 일인데 그 위에 빚까지 물어달라는 것은 큰 불효일 뿐 아니라 사람노릇을 제대로 하지도 못할 자라는 뜻이다.
하지만 빚 안지고 사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있겠는가. 국가간에도 차관(借款)으로 빚을 얻어 쓰고 대기업들도 은행 돈을 빌려 쓰지 않는가. 다급할 때는 편리하지만 신용카드 사용도 빚지는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나 지하철 앞에서 신용카드 가입을 권유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인형·시계·주방용품 등을 쌓아 놓고 신청서를 작성하면 공짜로 준다고도 한다. 신문·TV 광고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이 나와 ‘신용카드에 가입하면 멋진 삶을 살 수 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1백만명이 넘었다’느니, ‘신용카드 빚 때문에 자살했다’는 뉴스도 가끔 보고 듣는다. 낭비벽이 심해서 신용카드를 겁없이 쓰는 사람도 있지만 ‘사채’를 쓸 수 없어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 신용카드사는 회원을 모집할 때는 아주 친절하게 가입을 권유하지만 대금을 연체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직장은 물론 한밤중에도 집으로 전화를 건다.
연체대금 회수를 목적으로 회원들을 사기혐의로 일방적으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 카드사들이 ‘신용불량자 등록’과 ‘사법당국 고발’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들고 최소한의 자구노력도 없이 채무자에 대한 변제 압박이나 소재 파악 목적 등으로 고소장을 남발하는 것이다.그런데 앞으로는 대금을 연체한 신용카드 회원에게 카드회사가 돈을 갚으라는 독촉을 강압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이를 어기면 카드사의 영업도 정지시킬 수 있는 행정적 제재방안을 금융감독위원회가 마련중이라고 하니 늦었지만 다행이다. 아무리 빚 진 죄인이라고는 하지만 인격마저 무시돼서는 안된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요새 옳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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