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파괴

‘○○○사장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님’으로 부른다고 한다. 말단 사원까지 그런다는 것이다. 사장 역시 말단 사원의 이름을 대어 ‘○○○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사,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주임 등 직함이 있지만 이는 대외용이고 사내 전화번호부엔 직급없이 가나다 순으로 나열돼 있다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제일제당의 예가 이렇다. LG전자는 신입사원 채용 면접 때 면접위원의 일방적 질문이 아닌 응시자와의 쌍방질문으로 상대를 더 정확히 테스트 한다고 한다. 대기업이 이같은 격식파괴로 조직문화를 바꿔가고 있다. 의사소통과 창의력 제고에 도움이 큰 것으로 자체 평가되고 있다.

직함 밑에 님을 붙이는 존칭은 원래 관료문화에서 유래했다. 예컨대 과장, 국장하는 직함 자체가 존칭의 뜻을 내포한다. 그래도 뭣하면 ‘과장께’ ‘국장께서’등으로 불러도 충분한 존칭이 된다. ‘님’이란 존칭은 직함보다는 인명 밑에 붙이는 게 제격인 존칭이다. ‘○○○사장님’이라 하지 않고 사장을 ‘○○○님’이라고 부르는 제일제당의 호칭은 님의 존칭을 가장 적절히 쓸줄 아는 조직인 것이다.

계급사회가 엄한 군대에서도 민주군대라 하여 유연성이 있다. 하물며 기업에 아직도 상명하복을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조직이 있다면 그만큼 시대에 뒤떨어진 경영이다. 허세 과시형의 권위주의로 위엄을 갖추고자 하는 사람은 속이 비어 내심 자신이 없기 때문에 더 위엄을 찾는다는 것이 프로이트 심리학의 분석이다. 특히 공기업에 현저한 이런 권위주의적 경영은 공익의 손실인 점에서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

일본이나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드는 그곳 젊은 직장인들의 특징 가운데 점심시간을 말한다. 간이음식으로 길거리에서 떼우거나 걸어가면서 점심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밥먹는 시간조차 아까워 할 정도로 그들은 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조는 국내 젊은이들 가운데서도 전혀 없는 현상은 아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격식파괴는 조직활성화로 생산성을 높이는 점에서 실로 바람직하다. 전통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변화를 두려워 해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전통과 변화는 별개의 문제다. 이를 혼동하는 자는 어리석고 이를 구별하는 자는 현명하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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