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책

명화는 이렇게 속삭인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의 신간 ‘명화는 이렇게 속삭인다’(예담)는 일반인들을 위한 명화감상 안내서같은 책이다.

그동안 꾸준히 일반인들을 위한 미술 안내서를 발표해 온 이씨는 이번에도 여러명화가 탄생하게 된 시대적 배경과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의미, 그림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의 소개를 통해 미술작품 감상의 방향타를 제공한다.

가령 덩그러니 놓인 의자를 그린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담배 파이프가 놓여있는 빈센트의 의자’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화가의 쓸쓸한 정서를 읽어낸 후 그것을 또다른 의자 그림 ‘고갱의 의자’와 마주보게 배치한다.

그리고 이 의자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죽는 날까지 외로웠던 고흐의 마음을 위로한다.

또 ‘인류 최초의 살인자’로 낙인찍힌 카인을 소재로 한 어두운 그림들을 통해 인간의 폭력성, 증오와 분노 같은 본능의 표현을 살피면서 생명 존중이라는 휴머니즘의 화두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에드워드 번 존스, 존 에버렛 밀레이,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 등 화가들의 사랑 이야기, 해골이나 모래시계같은 사물을 통해 인생무상을 표현한 ‘바니타스’ 그림의 의미, 종교화에 숨겨진 의미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이처럼 저자가 들려주는 작품과 화가에 대한 이야기, 작품의 시대적 배경,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을 읽다보면 그들이 오래도록 생명력을 갖고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와 감상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물은 천개의 눈동자를…

고단했던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간 중견시인 장석주씨(47)의 새 시집 ‘물은 천개의 눈동자를 가졌다’(그림같은 세상)는 물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악몽이라도 꾼 이튿날엔/물의 어머니 무릎에/가만히 기대어보자“(물의 문도)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 옆을 서성이었던 것은/내가 물의 내면을 갖기에는/외람되었기 때문이다’(물이 가득 찬 저수지는 무어라고 불러야 하는가)

시인에게 물은 어머니의 무릎이다. 아릿한 원형질 같은 것이다. 그런 물이 될 수 없기에 시인은 자책한다.

‘차라리 양서류였다면/벽에 머리를 찧진 않았을 것이다’(변방)

‘나는 바닥을 친 사람이다’(물의 이 둥근 쉼표 속에서)

그러나 생의 환희를 본 것인가. ‘어제는 눈알을 뽑아 물에 던져버렸다/아무 것도 안 보니/처음으로 세상이 환하다/(잔월)

내친김에 시인은 단박에 부처의 경지로까지 나아간다. 자기 눈알이 씹혀져도 개의치 않는.

‘이까짓 면벽 참선! 벌쩍 일어서 뛰쳐나오니/하늘에 살찐 공어(空魚) 한 마리가 뽑아 던진 눈알을 씹어먹고 있다’(잔월)

시인은 지난 92년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를 낸 출판사의 발행인으로 검찰에 구속됐었다. 그 뒤 문학사 정리에 나서 문학사 100년을 다룬 ‘20세기 한국문학의 탐험’을 내놓았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안성의 수졸재(守拙齋)에 거처를 마련한 뒤 1년 반 만에 내놓은 것이다. 수졸은 바둑 초단을 이르는 말로 겨우 지킬 줄 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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