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출발한 ‘힙합’ 문화는 이제 우리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주류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은 듯 보인다.
헐렁한 바지와 울긋불긋 염색한 머리, 피어싱, 빠른 비트의 랩 그리고 곡예에 가까운 춤은 더 이상 낯선 문화가 아니다.
힙합을 소재로 한 댄스영화 ‘턴잇업’(감독 강용규)은 이런 우리 청소년들의 정서를 반영해 고교생들의 힙합에 대한 열정과 사랑, 도전 등을 다뤘다.
‘제대로 된’ 힙합 춤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공을 쏟았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대규모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주연 배우들의 춤솜씨가 기대 이상이다.
테크노음악에 맞춰 온 몸을 이용해 묘기를 부리듯 춤을 추는 젊은 ‘춤꾼’들의 현란한 몸짓과 다양한 카메라 기법을 이용한 몇몇 장면들은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춤을 감상하는 것으로만 위안을 삼을수는 없지 않은가. 영화적 완성도를 따지고 들어가면 감상은 좀 달라진다.
진부한 이야기의 틀거리부터가 ‘반항’과 ‘이탈’ 등 힙합 특유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어 괴리감이 느껴진다. 대통령의 딸과 가정 불화로 고민하는 학생, 무당집의 아들 등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비전문’ 배우들이 펼치는 어설픈 연기는 학예회 수준에 가깝다. 이들의 극중 대사 역시 2000년대 고교 교실에서 이뤄지는 대화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신파조다. 막판에 김대중 대통령(물론 대역이다)이 힙합 경연 대회에 나간 딸을 격려하기위해 행사장을 찾는다는 ‘깜짝 설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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