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시민

‘훈자(Hunza)’라는 세계에서 가장 작다는 나라 국민을 천국시민(天國市民)이라 부른다. 히말라야 산속, 사방이 얼음산으로 둘러싸인 절묘한 협곡 속에 감추어져 있는 훈자는 파키스탄 동북부 카라고람 히말라야산맥 속의 비경 중 비경이라고 한다. 지난 수백년간 독립된 하나의 왕국으로 미르(Mir)라는 왕이 통치하였다. 10년전 파키스탄 영토에 편입, 캐시미어주 길깃(Gilgit)정부에 속해 있지만 훈자는 교통이 지극히 불편한 천험의 요새 속에 있을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살아가므로 하나의 독립된 국가나 다를 바가 없다.

훈자 사람들은 농사가 주업이다. 훈자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다. 이들이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무엇을 탐내는 사람도 없고 침략하려는 사람도 없다. 금도 은도 석유도 석탄도 나오지 않는다.

훈자에는 범죄라곤 없으니 경찰과 감옥이 있을 리 없다. 세금도, 면허증도, 월급도 없다.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땅을 물려주기는 하지만 사고 파는 일은 없다.

모든 거래는 물물교환으로 이루어진다. 돈이 없으므로 빈부격차가 있을 리 없고 아이들의 교육제도가 있으나 교육비는 모두 무료이다. 식량이 부족한 때는 있지만 서로 나누어 먹으므로 굶어 죽는 일이 없다.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지만 90살이 넘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아이를 낳을 수가 있다고 한다. 병이 없으니 의사나 병원이 없다. 운동을 하거나 일을 하다가 다쳐도 헝겊으로 다친 부위를 싸매어 두면 며칠 가지 않아 저절로 낫기 때문이다. 외상을 입으면 상처에 그냥 흙을 문질러 발라준다. 그러면 낫는다. 흙이 만병통치약이다.

인간의 장수는 건강한 청정음식 섭취에 있다. 청정음식은 청정토지에서 나온다. 흙의 병이 인간의 병이고 흙의 죽음이 인간의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흙과 인간은 다르지 않다. 젊은이들이 늙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특히 노인을 존경한다는 훈자 천국시민들은 흙을 병들게 하고 노인을 홀대하는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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