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아침 출근 때의 일이다. 경기일보사앞 산업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참이었다. “어머!”하는 옆 여성 보행객의 탄성에 그녀의 시선을 따라서 보았다. 손가락만한 미꾸라지 한마리가 간밤에 내린비로 촉촉히 젖은 아스팔트위에서 미동하고 있었다. 어디서 온 것일까, 아스팔트위의 미꾸라지가 어쩐지 희한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냥 지나쳐 길을 건넜으니 순간의 상념이었다.
막상 사무실에 들렀다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비닐봉지를 들고 미꾸라지를 다시 찾아 나선 것은 5분 가까이 지나서였다. 만석공원 못에 넣어줄 요량으로 길에 그대로 있길 바랐으나 미꾸라지는 보이지 않았다. 보행신호를 세번 기다려 세차례에 걸쳐 오가며 횡단보도에서 보았던 곳 주변을 두리번 거렸지만 없었다. ‘?’산업도로에 차량은 좀 많이 다니나, 그런 가운데 용케도 다치지 않았던 미꾸라지가 조금만 더 그대로 있기를 바랐던 소망이 깨졌다.
추어탕집으로 팔려가는 미꾸라지 트럭에서 떨어진 것으로는 믿어지지 않는다. 미꾸라지는 비를 탄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으나 여름비가 내린 끝에 마당같은 엉뚱한 곳에 떨어져 있는 미꾸라지를 흔히 목격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 일본 중국에 분포된 미꾸라지는 국내에선 수질오염으로 많이 줄긴 했지만 옛적에는 흔했던 민물고기다. 가난한 백성들이 풍부한 단백질과 비타민A를 쉽게 섭취할 수 있었던 영양식이었다. 추어탕의 유래는 동의보감에서 미꾸라지를 가리켜 미꾸리추자를 써 ‘추어’(鰍魚)라고 한데서 유래한다. 원기를 보하고 장을 맑게한다고 하였다. 지금처럼 농약을 쓰지않는 청청농사를 지을 때다. 가을철 논에 날아드는 새를 보면서 논고랑에 쳐놓은 망태기로 잡곤 한 미꾸라지가 양철통이 가득한 날이 많았다. 그럴 때면 한데 가마솥에 끓여 동네 사람들이 포식하다시피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미꾸라지는 입가에 난 다섯쌍의 수염도 재미있지만 아가미호흡과 함께 장호흡하는 특성이 있다. 겨울철엔 진흙속에서 겨울잠을 자며 봄을 기다린다. 겨울잠 자야할 미꾸라지가 봄처럼 따스한 이상난동으로 어쩌다가 잘못 나와 맨흙도 아닌 아스팔트 바닥 신세를 졌는지 모를 일이다. 추어탕으로 여러마리의 미꾸라지를 잘 먹어대면서 난데없이 길바닥의 미꾸라지 한마리를 찾아 헤맨 것은 그것도 맥없이 죽어선 안되는 생물이란 생각에서였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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