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의 어원이 무엇이며 유래가 어떤 것인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조선조말 대원군의 경복궁공사 때 궁중에서 ‘아리랑’을 불렀다는 대목이 당시의 우국문인이었던 황현의 ‘매천야록’에 간략하게 전할 뿐이다. 고려의 망국유신들에 의해 비롯됐다는 설도 있으나 확실치 않다. ‘아리랑’의 어원과 유래는 모르지만 ‘아리랑’은 이미 겨레의 소리다.

오대주 육대양의 세계 어디서든 ‘아리랑가락’이 들리면 혈류의 요동이 가슴에 와 닿는게 우리들 백의민족의 정서다. ‘아리랑가락’을 처음 듣는 중앙아시아 카자흐 벽촌의 한인 4세 꼬마 아이들도 이같은 겨레의 정서를 나타내더라는 한 여행객의 후일담을 들은적이 있다. ‘아리랑’은 그만큼 우리 민족의 핏속에 짙게 용해된 정서의 가락인 것이다. ‘아리랑가락’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연변아리랑’이 있고 ‘독립군아리랑’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정선아이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을 3대 아리랑으로 친다. 여기에는 예컨대 ‘진도아이랑’의 경우 육자배기토리에 드는등 토속적 특성이 다 있다. ‘아리랑가락’도 세월과 함께 변천했다. 전통민요의 3대 아이랑에 이어 ‘경기아리랑’은 신민요 아리랑의 효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고 하는 ‘경기아리랑’은 대표적인 신민요 ‘아리랑가락’이 된 지 오래다. 그런가 하면 대중가요의 ‘아리랑가락’도 있다. ‘영암아리랑’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아리랑의 감정은 무엇일까, 그것은 민족의 흥(興)이기도 하고 민족의 한(恨)이기도 하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숱한 기복을 거듭하였다. 수난이 많았기 때문에 원한도 많고 재기도 많았기 때문에 감흥도 많다. 때로는 한을 흥으로 승화시키는 슬기를 갖기도 했다. 민족사에서 이토록 질기고 굵은 맥을 지닌 정서적 가락을 다른 민족에서는 찾아 보기가 힘들다.

평양에 아리랑 바람이 일고 있다. 오는 12월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0회 생일을 시작으로 4월15일 김일성주석 90회 생일, 4월25일 인민군 창설 70주년 기념일을 거쳐 6월15일 남북정상회담 2주년까지 계속될 ‘아리랑축제’행사 준비로 평양 시가지가 온통 들떠 있는 것으로 전한다. 10만명 규모의 집단체조 등 학생 예술가들이 총동원된다. ‘아리랑’의 돌연변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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