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중앙에 솟아 있는 높이 1천950m의 한라산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라산이라는 이름에서 한(漢)은 은하수를 뜻하며 라(拏)는 맞당길나(相牽引) 또는 잡을 나(捕)로서, 산이 높으므로 산정에 서면 은하수를 잡아당길 수 있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산 정상에 오르면 멀리 남쪽 하늘에 노인성(老人星)을 볼 수 있으며, 이 별을 본 사람은 장수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많고 많은 한라산 전설 중에 이런 이야기도 전해온다. 옛날에 한 사냥꾼이 산에서 사냥을 하다가 잘못하여 활 끝으로 천제(天帝)의 배꼽을 건드렸는데, 이에 화가 난 천제가 한라산 꼭대기를 뽑아 멀리 던져 버렸다. 이 산정부가 던져진 곳이 지금의 산방산(山房山)이고, 뽑혀서 음푹 팬 곳은 백록담(白鹿潭)이 되었다고 한다.
북제주군 애월읍 어음리의 빌레못 동굴유적에서 긁개·첨기·흠날석기·돌날 등의 타제석기와 갈색곰·순록 등의 화석과 뼈가 발견되었고, 조천읍 북촌리 유적에서 삼각형 점렬(點列)무늬토기와 원형 점렬무늬 토기가 발견돼 제주도에는 구석기 때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11세기 초에 두 차례의 화산폭발이 있었지만 한라산은 제주민의 성스러운 부성(父性)이며 종교로서 가장 빼어난 명산으로 칭송되고 있다. 서정주 시인은 ‘한라산 산신여인상’이라는 시(詩)에서 “그 네 나이는 구백억세/그 자디잔 구백억개 산도화빛 이쁜 주름살속에/나는 흡수되어 딩굴어 내려가다”라는 말로 한라산의 아름다움을 묘사했다. 그런데 최근 실로 희한한 소식이 들려온다. 제주도
환경보건연구원에서 한라산의 청정공기를 오는 3월부터 시판한다는 것이다. ‘한라산 맑은 공기’란 이름으로 출시될 휴대용 캔형 압축공기는 제주도에서 청정지대로 유명한 천아오름(해발 700m)부근 속칭 ‘Y계곡’에서 공기를 채집, 50분의 1로 압축했다는데 이 캔에는 한라산 고산지대의 대표적인 구상나무와 비자나무 향이 첨가돼 더욱 청량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고 한다. 아니, 한라산 공기가 얼마나 신선하길래 캔에 담아 판매하는가. 한라산 기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淸河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