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년후에 본격적으로 출범하게 될 새로운 WTO 무역체제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글로벌 소비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따라 우리나라든 외국에서든 소비자들이 같은 제품을 싼 값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여기에 상품 선택의 폭도 넓어지면서 외국산 식품이 우리 식탁위에 오르게 될 것은 자명해진다. 그러나 세계각국의 좋은 제품에 대한 선택의 자유와 권리가 넓어진 만큼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도 더욱 요구된다. 합리적인 소비는 그 자체가 국내 기업들이의 경쟁력을 높이는 자극인 동시에 농어민 등 생산자들이 입게될 피해도 그만큼 줄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눈앞에 닥친 글로벌소비시대를 조명해본다. <편집자주>편집자주>
□글로벌화의 필연성
지난해 9월이 테러와 보복전쟁으로 세계경제에 어두운 구름을 던져주었다면 11월에 일어난 몇가지 사건들은 글로벌화의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면서 전세계의 공동체의식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희망을 주는 달이었다.
100여개국이 모로코 마라케시에 모여 세계기후변화를 제한하는 UN협정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무려 20년간 자유주의 국가들의 논란의 대상이었던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다. 여기에 지난 수년간 자국 보호주의를 주장해오던 세계 주요국들이 자유무역쪽을 선택하면서 140여개국이 합의한 새로운 라운드 다자간 무역에 합의와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가 동참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UN의 중심적인 역할이 대두되면서 전 세계는 화합의 물결로 휩싸이게 됐다. 지금까지의 여러가지 사건들이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전세계가 테러나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UN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기구의 역할증대는 분쟁과 다툼보다는 평화적이면서도 현명한 해결로 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주었다. 이제 어느 나라도 이같은 글로벌화 추세를 거스리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이나 정치분석가들은 글로벌화에 대한 여러가지 의문을 제시한다.
과연 글로벌화가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인지, 아니면 슬로건에 불과한 것인지,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올 것인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면서 힘을 얻을 것인지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글로벌화는 강력하고도 긍정적인 추진력을 갖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글로벌소비의 총아(寵兒) 전자상거래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터넷 이용률이 세계에서 으뜸간다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말이 아니다.
인터넷 쇼핑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기호에 맞는 물건을 현실시장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다는 매력과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자우편을 시용하면서 생산자나 판매자와 직접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어 소비자로서의 요구사항을 얼마든지 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지난날 산업사회에서 소비자들이 소비하는 사람들에서 정보화사회에서는 그야말로 ‘주권행사’가 얼마든지 가능해진 것이다. ‘소비자는 왕’이란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과거 소비자들은 산업사회에서는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야 가격비교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이제 지리적 장벽이 사라진 만큼 앉은 자리에서 여러 곳에 들러 여러 회사의 물건을 살표볼 수 있다.
필요한 경우 공급자에게 역으로 가격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는 지금까지의 상거래 관행과는 완전히 뒤바뀐 형태다.
인터넷 소비자들은 지금 ‘나홀로’에서 탈피, 사이버공동체를 이룸으로써 서로 정보교환을 통해 공급자(생산자나 판매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공세를 펴기도 한다. 생산자가 얕볼 수 없는 파워를 형성하면서 압력단체의 기능까지 하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형태는 이처럼 2∼3년 사이에 엄청나게 변했다. 소비자 자신은 물론 공급자들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지금은 예사롭게 벌어지고 있다. 정보혁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비혁명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숙명여대 정보통신대학원 문형남교수는“인터넷쇼핑몰 성공의 관건은 ‘고객흡인력’”이라며“소비자가 꾸준히 방문할 수 있는 사이트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유용한 정보가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라운드와 글로벌소비
최근 수입이 늘고 있는 양주값엔 수입원가의 20%가 관세로 포함돼있다. 요즘 한창 제철을 만난 수입 스키복값에도 13%의 관세가 붙어있다. 우리의 주력수출품인 승용차도 다른나라 소비자가 살 때는 최고 80%까지 관세를 물어야 한다. 이렇게 세계 각국이 수입품에 물리는 관세가 이제 2년후에는 지금의 3분의 1 수준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때문에 우리나라든 외근에서든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같은 제품을 보다 싼값에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따라 가격이 떨어질 뿐 아니라 상품선택의 폭도 넓어지게 된다. 외국산 쌀과 각종 열대과일, 지중해 연안의 수산물 등이 우리 식탁 위에 오르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변호사에게 법률상담을 받고 외국계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상황도 현실화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이런 선택의 자유를 충분히 누리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면 그 자체가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자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농어민 등 생산자들이 입게 될 피해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 소비자들이 누리게 될 이익을 조금씩 나눈다면 생산자들이 입게될 피해도 그만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낙균실장은 “소비자들이 누리는 혜택의 일정부분을 세금의 형태로 농어민들이 대해 직접 지불방식으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안 등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1세기 소비자의 파워
이제 2년후면 글로버벌 소비시대는 현실로 다가온다.
새로운 무역체제가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글로벌 소비시대를 살게될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에도 일정부분 달려 있다고 과언은 아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요구도 달라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전에는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가격에 중점을 두었지만 이제는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과 환경파괴의 방지 등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인류의 항구적인 소비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지구환경의 보호가 싼 값에 많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함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한국소비자 보호원 정책연구실 배순영 선임연구원은 “최근들어 각국이 소비자들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며 “기업의 경우 소비자들의 가격과 제품, 품질에 대한 의견을 받아들임으로써 궁극적으로 세계 시장 진입을 위한 검증작업을 받는 것이고 국가는 경제정책에 대한 새로운 방안들을 내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만섭기자 mssh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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