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관

벼슬아치란 말은 많이 듣지만 구실아치라 말은 좀 생소하다. 벼슬아치 밑에서 일을 보는 사람을 구실아치라고 한다. 아전(衙前)이다. 예를 들면 관아의 사또는 벼슬아치지만 그밑의 이방 호방 형방등 아전은 구실아치인 것이다.

공무원을 ‘관리’라고 하는 것은 관료(官僚)의 ‘관’자와 이속(吏屬)의 ‘이’(리)자 합성어다. 그러니까 관료는 벼슬아치고 이속은 이를테면 구실아치다. 지금 말로 하면 관리관(1급) 이사관(2급) 부이사관(3급) 서기관(4급) 사무관(5급)은 관료이며, 주사(6급) 주사보(7급) 서기(8급) 서기보(9급)는 이속에 속한다. 요즘 세상에는 9급도 관리라고 하는데 이의가 없으나 따지자면 어원의 고사는 그러하다. 그렇지만 고인이 되어 후손이 제사를 지낼 때 쓰는 지방(紙榜)에는 역시 이속의 직급은 올리지 않는다. 벼슬아치, 즉 ‘관’자가 들어가는 사무관 이상을 지냈어야 ‘○○관 신위’라는 지방을 쓸 수가 있다. 지방얘기를 꺼낸 김에 더 말하자면 가령 대기업 경영자 일지라도 ‘학생부군’을 면치 못한다. 나라가 부여한 사무관 이상의 고등관 출신이거나, 아니면 예컨대 나라(교육인적자원부)에 등록해 인정된 ‘박사’같은 경우는 지방에 올릴 수가 있다.

공무원노조 출범을 두고 사무관을 가입대상에 포함하느냐 제외하느냐가 큰 쟁점이 된 모양이다. 전공련측은 행정의 업무기능이 ‘주사행정’ 중심에서 점차 ‘사무관행정’중심으로 변화하는 추세에 있다며 사무관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정부측은 사무관이 관리직이니 만큼 관리직은 노조가입을 허용하지 않는 기업의 관행을 들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세다.

공무원노조와 관련한 행자부 및 노동계의 양자 이견은 이밖에도 또 있다. 조직형태, 교섭대상자, 교섭사항, 노동권, 노조전임자 등 문제에 서로 거리가 먼 주장을 하고 있다. 노동권의 경우, 행자부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인정하겠다는데 비해 노동계는 교섭결과에 대한 단체협약 체결권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에 다른 것은 더 두고 지켜볼 일이나 가입대상에 사무관을 포함시키자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공무원의 직급 체제상 이치에 맞지 않다. 업무중심이 어디인가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중앙부처는 사무관 중심이라기 보다는 서기관 중심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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