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선 555리 철마는 달리고싶다-신탄리역

‘철마는 달리고 싶다’의 신탄리역

신탄리역은 서울과 원산을 오가던 최종 경원선의 중단역으로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2리에 위치하고 있다. 남방한계선까지 직선거리로 불과 4㎞에 불과한 북위 38도 4분에 있는 남한내 최북단역이자 종착역이다. 한국 전쟁 이전에는 서울과 원산을 오가며 사람들과 물자를 실어 나르던 경원선 기차는 이제 신탄리역에서 이쩔수 없이

회차한다.

‘신탄리’역명은 옛날 대광리와 철원 사이에 새로운 주막거리가 생겨서 ‘새술막’으로 불렸는데,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술을 숯으로 잘못 표기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유명한 지리책인 여지도서(輿地圖書, 1765)에도 신탄(新炭)으로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옛부터 고대산 일대에서 숯생산이 많았던 것 같다.

신탄리역에서 민통선안의 철원역, 월정리역을 지나 휴전선 너머 북한의 평강역 사이에는 철길이 없어진지 반세기가 지났다. 신탄리역을 조금 지나 북쪽으로 가면 철원군과의 경계를 흐르는 차탄천 주변 곳곳에서 복선으로 부설했던 경원선 흔적을 보여주는 끊어진 철교와 터널을 볼 수 있다. 현재 신탄리역에서 북쪽으로 5분정도 걸어가면 철로 끝에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경원선 철도의 남쪽 중단역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있어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신탄리역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망향과 향수를 달래며 북한을 좀더 가까이 접해보려는 수도권 주민들의 하루나들이 관광지 겸 명소로 변했다. 녹슨 기찻길에 각인된 아픔 상흔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탄리역은 주중에는 1일 500∼600명, 주말에는 1,000여명의 승객이 이용한다. 승객중 약 70%는 주말의 고대산 등산객이고, 약 30%는 오리고기, 개고리를 먹으러 오는 식도락가들이다. 주변에 군부대가 많지만 자가용이 발달되어 면회객이 역을 이용하는 비율은 낮다.

신탄리역은 봄에는 나물캐러 오는 사람, 여름이면 철도중단점을 기념삼아 깨꽃, 괴목과 돌탑이 잘 어울러진 아름다운 역사를 보러오는 사람, 가을에는 고대산 등산오는 사람, 겨울에는 환상의 눈꽃기차역을 보러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고대산(832m)은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와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율리리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산 정상에 오르면 동쪽으로는 금학산(947m), 서북쪽으로는 백마고지를 육안으로 볼 수 있고, 철원평야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고대산은 등산로가 단순하고 봄철에는 각종 무공해 산나물을 채취할 수 있고, 가을철에는 머루, 다래, 버섯 등을 딸 수 있고, 여름철에는 계곡에서 조용한 가족휴가를 보낼 수 있다. 고대산은 불과 몇 년전만해도 군사보호지역으로

입산금지였으나 요즘음 개방되어 수도권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아 오고 있다. 고대산 등반은 신탄리역에서 왕복 4시간정도 소요되며 세 코스가 있다. ‘먹거리 열차’라고까지 표현되는 경원선의 남한내 종착역인 신탄리역 주변에는 손두부, 순두부보리밥, 오리구이, 영양탕, 매운탕 등을 맛 볼 수 있으며, 여기에 인접한 대광온천에서 목욕을 하면 하루의 피로가 깨끗이 풀린다.

한석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초록물고기’영화촬영을 한 신탄리역은 제 4회(1998.6.20∼6.21) 사랑과 낭만을 찾아 떠나는 시네마 여행인 ‘추억으로 가는 사랑의 영화열차’시사장소로 널리 알려지면서 서울의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신탄리역 구내의 명물을 무어니 해도 20여개의 돌탑이다. 이 돌탑은 연천이 고향인 이창재 전 역장이 역무원들과 함께 통일기원을 위해서 농기계전시장, 신탄정 약수 등과 함께 만든 목석원이다.

역 대합실 맞이방에 들어서면 ‘바빌론의 강’이란 노랫소리가 시골역사와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들려오고, 벽면에는 연천 향토시인 이돈희의 ‘신탄리’와 고광수의 ‘고대산’이란 시가 액자속에 걸려 있다. 옆에는‘여행은 인생의 시이며, 기차는 여행의 연인이다’등을 적은 ‘기차가 좋은 이유’10가지가 쓰여져 있다.

(생략) 낙엽 구르고 억새 서걱이는/ 레일없는 철길/ 아물지 못하는 전쟁의 탄흔들이 아픈 역사를 노래한다./ 북으로 더 못가고/ 그렁거리던 통일호 열차가/ 잡목숲 산을 돌아 남으로 간다(생략)/ 실향의 그리움으로/ 시인의 가슴으로/ 다음역 이정표 없는 철도 중단역에서/ 머뭇거린다.

이돈희 시인은 국토분단이라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오늘의 시점에서 철도 중단역을 통해서 재생시켜 노래하고 있다.

신탄리역은 1913년 7월 10일 신호장으로 영업을 처음 개시했으며, 1945년 8.15해방과 더불어 이북에 배속되었다가 1951년 9.28수복으로 탈환되어 1954년 7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자형 단층 부럭조의 붉은 벽면과 푸른 기와의 역사는 1961년 12월 30일에 준공했다. 박달백(신안, 39세)역장을 중심으로 부역장 1인, 역무원 4인, 총 6명에다 향우(종착열차 청소하는 분) 8명, 합숙(막차를 운전한 승무원이 합숙하는 것) 4명, 선로원 5명 등이 ‘고객과 늘 함께하는 생활 철도’건설을 위해서 오늘도 한가족처럼 뭉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신탄리역에 가려면 의정부역에서 매시간 20분에 출발하는 경원선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약 1시간 20분 소요에다 값은 2,100원이다. 신탄리역에서는 의정부쪽으로 첫차가 6시에 출발하고, 막차는 밤 10시에 출발하므로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철원군 동송읍과 신탄리역 사이에 15분 걸려서 버스가 운행되어 주민 역류현상이 일어나 평일에는 승객의 약 80%가 동송읍 주민이다. 동송읍 주민들은 동송-서울(약 6,000원) 버스코스보다 동송-신탄리역-서울(약 3,000원)열차 코스를 값이 싸기에 많이 이용한다.

화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신탄리역 광장에서 백마관광버스가 백마고지-제2땅굴-삼각지전망대-월정리역-노동당사를 돌아보는 통일안보관광을 운행하고 있다. 매일 낮 12시에 출발하여 오후 4시에 신탄리역에 되돌아 오기에 자녀들과 함께 하루나들이 통일체험 관광을 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머지 않아 남북간에 경원선이 복원되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되면 이 철도를 타고 북한을 거쳐 모스크바, 유럽으로 한 걸음에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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