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화산고

학원 무협물. 국내 관객들에게는 낯선 장르다.

손가락 하나 대지않고 유리창을 산산조각 내고, 학생과 교사들이 공중에 떠 무술을 겨룬다니. 분필이 총알처럼 허공을 가르고, 물기둥이 솟는 것은 또 어떤가.

화제의 영화 ‘화산고’가 오랜 산고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황당한 만화적 상상력이 스크린에서 어떤 모습으로 옮겨질지 진작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아왔던 터. 순제작비 48억원, 제작 기간만 1년 5개월이 걸렸다.

때는 화산 108년. 무공의 고수들만 다니는 ‘화산고(高)’가 무대.

화산고의 세력 판도에 변화가 생긴 것은 김경수(장혁)가 전학 오면서부터.

그는 ‘기물파손’ ‘여교사 폭행죄’ 등으로 8번이나 퇴학당한 경력의 소유자.

이번엔 죽어도 졸업만은 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타고난 공력을 지닌 그를 고수들이 몰라볼 리 없다. 검도부, 유도부에서 입단 제의가 잇따르지만 거절한다.

그러나 그는 곧 전설의 무림비서인 ‘사비망록’을 둘러싼 혈투에 휘말리는데...

‘화산고’는 그간 한국 영화에서는 좀처럼 감상하기 힘든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황당무계한 스토리를 재현해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감독의 말을 빌면 이 영화 전체가 컴퓨터 속에 담가졌다 나왔을 정도다.

100% 디지털 작업과 조명 등을 통해 전체적으로 흰색과 검은톤(정확한 표현은 ‘다크올리브그린’이다)이 나는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시대와 배경은 물론, 꿈인지 생시인지 가늠할 수 없는 판타지 세계다. 컴퓨터그래픽에 힘입은 기공의 흐름과 물방울이 분사되는 장면은 쉽게 접하지 못했던 장면들. 순수 국내 스태프들이 만들어낸 현란한 와이어 액션도 ‘와호장룡’과 ‘메트릭스’에 비견될 만큼 수준급이다.

특히 물기둥을 치솟게 하는 공력을 발휘하며 주인공 장혁과 허준호가 펼치는 막판 대결은 볼거리임이 분명하다.

학교를 무대로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화산고’는 사실 전형적인 무협 만화쪽에 가깝다. 심각한 상황에서 갑자기 뜨악한 표정을 짓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대표적인 예. 한껏 무게를 잡던 김경수도 짝사랑하는 검도부 주장 ‘유채이’(신민아)만 나타나면 넋나간 표정을 짓는다. 화산의 1인자를 꿈꾸며 연신 “나 장량이야”를 외치는 김수로나 호시탐탐 권좌를 노리며 파리채를 들고 다니는 교감 변희봉같은조연급 연기자들의 코믹한 캐릭터도 영락없는 만화 속 인물이다.

‘개척 장르’인 만큼 다양한 실험이 시도됐다. 스토리보다 감각을 중시하는 관객들의 입맛에 맞춘 탓일까. 연방 귓가를 때리는 효과음과 화면 분할 같은 다양한 연출 기법이 혼을 쏙 빼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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