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이슈>선거연령 인하 논란

내년에 실시예정인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등 양대 선거를 앞두고 ‘선거연령 인하’ 문제가 또다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여당인 민주당은 현행 20세인 선거연령을 19세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선거관계법 개정안을 확정한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은 ‘시기상조’등을 내세워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여기에다 ‘권력 제4부’로 일컸는 일부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민주당안보다 1살 더 낮춘 ‘18세 인하’를 주장, 선거연령 인하를 둘러싼 논쟁이 점차 가열될 조짐으로 보이고 있다.

이같은 선거연령 인하 문제는 그동안 각종 선거때마다 불거져 나왔지만 이를 둘러싼 각 정치집단의 첨예한 대립으로 논쟁만 빚다 이내 사그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연령 인하’주장은 최근 확정된 민법 개정시안에서 성인연령을 19세로 낮춘 시점에서 제기돼 ‘고수론’보다는 ‘인하론’측에 더 무게가 실린다는 평가다.

하지만 선거연령 인하문제는 단순히 선거연령을 1∼2살 내리는 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집단의 득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하여부’가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대통령 선거에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인하에 따른 불이익이 예상되는 거대야당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이 어떻게 결말을 맺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 주>

선거권 연령을 둘러싼 논쟁의 불씨는 지난달 28일 민주당 정치개혁특위가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만들면서 선거연령을 19세로 낮추는 방침을 확정해 불거졌다.

민주당 송석찬 지방자치위원장은 이날 고문단회의를 마친 뒤 “당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권 연령을 19세로 낮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침을 법무부가 성인연령을 현행 20세에서 19세로 낮추는 민법 개정시안을 확정한 것과 유럽 등 외국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측은 법률적 행위에 대한 책임이 수반되는 성년의 연령이 낮춰지는 추세인데도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중 하나인 참정권을 부여하는 선거연령만 20세로 두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것으로 선거연령도 19세로 낮춰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세계적으로 20세부터 선거권을 부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 5개국에 불과한데 비해 선거연령이 18세인 나라는 무려 118개국으로 국제화시대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선거연령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민주당의 선거연령 인하 안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정개특위 간사인 허태열 의원은 “선거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은 시기상조로서 반대”라며 “민법 개정은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입법과정에서 상당기간이 걸릴 것이며 선거연령 인하는 그때가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인하방침에 대해 ‘정략적 의도’가 담겼다며 곱지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개혁정책의 실패로 민심이반현상이 심화돼 내년 지방선거 패배는 물론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한 민주당측이 청년층의 표를 노리고 선거연령 인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연령을 19세로 낮출 경우 ‘새내기’유권자가 되는 이들 대부분이 정치적 판단능력은 떨어지지만 개혁적 성향이 강해 보수색채인 한나라당보다는 진보색채의 민주당측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점을 민주당측이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한나라당측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오히려 한나라당이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민주당 이명식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젊은층에서 지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선거연령을 낮추는데 반대하는 것은 정략적 태도”라며 “민법개정과 선거연령 조정은 시대적 추세에 발맞추는 것이므로 정파적 이해관계로 이를 거스려선 안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여야간에 선거연령 인하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자 정치개혁시민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학자들까지 선거연령 논쟁에 가세하고 나섰다.

이들은 세계적인 흐름과 성인연령 인하 움직임 등을 내세워 민주당안인 ‘19세 인하’보다 한발 더 나가 ‘18세 선거권’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안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학자들의 18세 인하주장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은 “민주당 등 선거연령 인하론자들이 서구의 사례를 들지만 그곳은 정당정치가 수십년 뿌리내려지만 우리나라는 대선때마다 당이 바꾸지 않느냐”면서 “특히 18세로 인하될 경우 고등학교까지 정치의 장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논란속에 민주당은 지난 5일 선거연령을 현행 20세에서 19세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제 ‘선거연령 19세 인하’라는 공은 국회 정치개혁특위로 넘어가 여야간에 협상을 벌이겠지만 이견차가 워낙 커 첨예한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용기자 my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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