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코의 출산

일본은 현 아키히도(明仁) 왕(천황) 아버지인 히로히도(裕仁)왕 까지만 해도 근친결혼을 했다. 즉 지금의 아키히도 부모는 왕실(황실)의 종친간인 것이다. 히로히도는 할아버지가 되는 메이지(明治) 때 당초엔 조선조 마지막 왕세자빈이 된 방자(方子·일본왕족)와 약혼했던 사이다.

일본은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순종의 아들인 망국의 왕세자 이은(李垠)을 유학명목의 볼모로 데려가 있으면서 방자와 정략결혼시키고 히로히도에게는 방자의 동생과 결혼시켰던 것이다. 비록 정략결혼의 제물이 됐으나 남편따라 평생 한국인임을 당당히 내세우며 살고 말년에 사회사업을 하다 낙선제에서 수년전 타계한 이방자여사는 그러니까 현 아키히도 왕의 이모인 것이다.

일본왕이 근친결혼을 안한 것은 아키히도가 왕세자(황태자) 때 평민과 결혼하면서 부터 였으며, 지금의 세자인 나루히토(德人·41) 역시 평민인 마사코(雅子·37)와 결혼했다. 마사코가 결혼한지 8년만에 임신, 해산달이 가까워지면서 일본 열도는 세자빈의 아기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세자빈 시동생인 아키시노 출생이후 36년동안 아들을 얻지못한 왕실에 아들을 낳아 안겨줄 것인가 하는 기대에서다.

지난달 30일 밤에 마사코가 출산을 위해 궁내청병원에 입원할 때는 NHK-TV 등은 요소요소 길목에서 입원길을 현장 중계방송 했다. 스튜디오에서는 틈틈이 남녀 진행자가 세자부부의 결혼식, 임신발표, 정기검진을 받으러 다닌 예전의 녹화테이프를 특집 방영하면서 해설을 곁들기도 했다.

마사코는 딸을 분만했다. 궁내청은 지난 1일 오후 2시 43분 건강한 여아를 낳았다고 공식발표 하면서 “두분 폐하(아키히도왕 부부)는 세자빈을 위문했다”고 말했다. “왕실(황실)에 순산이 있는 것은 경사”라기도 하고 “기왕이면 아들을 낳았으면 좋을뻔 했다”고 아쉬워 하기도 하는 것이 일본 국민들의 반응이다. 마사코가 이미 마흔살이 가까우므로 또 출산하여 세손을 더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일본 국민들의 관심사다. 이 때문에 남자에게만 왕위계승권이 인정된 ‘왕실(황실) 규범’을 고쳐 여자도 계승권을 갖게 하자는 논의가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일본열도는 지금 세자빈의 출산 축하로 들끓는 가운데 왕위계승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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