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와니와 준하'

영화 ‘와니와 준하’(제작 청년필름) 앞에 붙은 ‘순정영화’라는 수식어는 사실이 영화에 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김희선과 주진모라는 순정만화 속에서 갓 빠져나온 것 같은 가녀린 외모를 지닌 배우들을 내세워 20대 청춘 남녀들의 사랑을 순정 만화풍으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평범하지 않은 첫사랑의 아픈 사연을 간직한 26살의 애니메이터 와니(김희선)와 그녀를 사랑하는 작가 준하(주진모)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

와니와 준하는 춘천에서 함께 동거하는 사이다. 와니는 유학을 떠난 첫사랑의 연인이자 이복 동생인 영민(조승우)을 잊지 못한다. 그의 방을 열쇠로 잠가둔 채 아픈 기억을 삭이며 지내는 와니는 항상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런 그녀가 과거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영민(조승우)이 돌아온다는 소식과 함께 영민을 짝사랑하던 후배 소양(촤강희)이 집으로 찾아오면서부터.

아버지가 영민이를 처음 집으로 데려오던 날, 또 흥분됐던 영민과의 입맞춤, 소양(최강희)과 셋이서 어울리던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이 하나둘씩 스쳐간다. 다정다감하던 준하는 조금씩 흔들리는 와니의 변화를 눈치채고 가슴 아파한다.

주인공들의 심리를 잔잔하게 따라가는 이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개돼 단조로움을 덜어준다. 항상 우울한 표정을 짓는 와니의 아픈 과거는 천천히 하나씩 드러난다.

앞머리와 뒷부분을 수채화 풍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점이나 흑백 사진과 몽당연필, 프라모델 같은 아기자기한 소품이 빚어낸 깔끔한 영상이 돋보인다.

하지만 관객들의 시선을 끝까지 붙들기에는 흡인력이 다소 달리는 편. 그나마 와니의 고교 친구들과 직장 동료 등 주변 인물들이 순정 만화에서처럼 코믹하게 그려져 있어 심심함을 달래준다.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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