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3세의 청춘을 그린 한일합작영화 ‘GO(고)’가 지난달 말부터 일본 열도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데 이어 24일 한반도에 상륙한다.
‘GO’는 재일교포 3세에 대한 선입관을 통렬히 깬 영화. 원작소설을 쓴 가네시로 가즈키도 선배작가들이 지닌 무겁고 답답한 시선을 거부하고 정체성과 차별 등의 문제를 밝고 감각적으로 그려내 지난해 나오키상을 차지했다.
영화속 주인공 스기하라(한국명 이정호)는 원작자와 마찬가지로 조총련계 초-중학교를 거쳐 한국으로 국적을 바꾼 뒤 일본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조선 국적으로는 하와이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아버지가 온 가족의 국적을 옮겼기 때문이다.
프로복서였던 아버지로부터 권투를 익힌 스기하라는 그의 콧대를 누르려는 일본인 친구들을 간단히 때려눕히고 ‘짱’으로 떠오른다. 거칠 것 없이 젊음을 불사르던 그는 친구 가토의 생일 파티장에서 일본 여학생 사쿠라이와 마주치자마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스기하라가 재일교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바로 그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잊고 살다가 관계가 깊어질수록 불안감을 느낀다. 아니나 다를까. 둘이 한몸이 되기직전 스기하라가 한국인이라고 고백하자 사쿠라이는 이별을 고한다.
재일교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기존의 영화와 달리 스기하라는 피해와 가해의 역사나 남북의 이데올로기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여자친구에게 버림을 받을까봐 국적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실제로도 모국인들의 기대에는 아랑곳없이 스기하라가 재일교포 신세대의 ‘진면목’인지도 모른다.
신세대 스타 구보쓰카 요스케와 시바사키 고가 남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중견배우 야마자키 쓰토무와 ‘철도원’의 아내 오다케 시노부가 스기하라의 부모역을 맡았다.
김민과 명계남도 각각 한국대사관 직원으로 얼굴을 내밀어 한일합작영화의 의의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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