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집은 거의 없다. 수돗물 불신은 이미 생활상식이 된지 오래다. 집집마다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끓여서 먹는다. 수도요금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 손대면 손댈수록 화를 부른다. 예민한 민원사항이다. 수도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물가상승 요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수질을 탓한다. 현행 수도요금은 평균 t당
442원이다. 생산원가가 t당 569원인데 비해 77.8%에 그친다. 그간 수차 올린게 이러하다. 이때문에 각 시·군마다 상수도 특별회계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도내만 해도 상수도사업 부채가 8천억원대로 추정된다. 연간 금리만도 70억원 가량이다. 이 원리금은 지역주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당장은 수돗물 값을 덜 올려 주민부담을 줄이는 것 같아도 결국은 주민이 갚아야 할 빚이다.
현상유지가 급급한 판이니 수질개선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시·군에 따라서는 수질 전문가마저 두기가 벅찬 실정이다. 말은 단위 생산비를 줄여 인상요인을 흡수하라고 하지만 지금의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단위생산비를 줄이는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가 계획하고 있는 상수도사업의 광역화는 원가절감이 가능하다. 지역연계 운용으로 중복투자를 피할 수 있는 등 생산비 절감요인이 많다.
그러나 환경부가 이와 함께 검토하는 민영화방안은 어려울 것 같다. 시·군이 운영하는 상수도 사업은 비공권력 분야다. 공급자와 수요자간에 계약성격을 갖는 민사관계이지 행정사항은 아니므로 민영화는 가능하다. 하지만 민영화하면 수탁업체가 이문을 남겨야 한다. 영리를 추구해야 생산이 가능하므로 수도요금 인상이 불가피 해진다. 수질개선을 이루면 이룰수록 생산비가 더 들기 때문에 요금 또한 더 오를 것이다. 광역화로 절감되는 생산비 폭보다 민영화 업체의 수익성 폭이 더 높으면 광역화와 더불어 민영화해도 별 의미가 없게 된다.
문제는 또 있다. 광역화든 민영화든 시·군이 짊어지고 있는 기존의 부채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환경부의 계획은 더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상수도사업은 이래저래 참으로 어려운 과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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