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과천 주공아파트 1단지

관악산 끝자락에 둥지를 튼 과천 주공아파트 1단지.

이 아파트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것이 조경수이다.

이파트 높이 보다 우뚝 솟은 나무들, 수령이 20년이 넘는 나무들이 즐비하다.

단풍나무를 비롯한 각종 나무들은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 입어 현란하기까지 하다.

마치 고급주택의 정원을 방불케 하고 있다. 주변 경관도 장관이다. 아파트 단지 위로는 관악산이 우뚝 서 있고 아래로는 청계산이 자리를 잡고 있다.

1천 44가구 5천여명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지난 81년 과천에서는 처음으로 건립된 아파트이다.

20년이 넘는 아파트이지만 아직까지 재건축이 거론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다.

이 아파트는 오랜 전통과 함께 열린 아파트로 정평이 나 있다.

아파트의 큰 행사가 행사가 있을때면 온 주민들이 혼연일체가 돼 적극 참여할 뿐만아니라 이웃간의 정(情)도 남다르다.

각 동별로 이웃의 경조사를 챙길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20년이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이 아파트는 쾌적한 환경과 함께 주민들의 화합된 모습이 특징이다.

관리사무소와 부녀회, 노인회등 아파트 관리주체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아파트를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 주변에는 휴지 한 장도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매일 순찰을 하면서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리사무소 옆에는 집게와 쓰레기 수거함에 비치돼 있다.

관리소 직원들은 관리비 절감에도 솔선수범이다.

아파트 계단청소, 페인트칠, 조경수 관리등 허드레일은 부녀회와 함께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김태훈소장(51)은 “아파트가 건립된지 20년이 넘어 각종 수선비등으로 관리비 부담이 많다”며 “입주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외주를 주지않고 자체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살림은 부녀회(회장 손영순)의 몫이다.

지난 95년부터 부녀회장을 직을 맡아온 손 회장은 단지내 행사에 적극적이다.

일을 벌어놓는 것도 스타일이지만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도 그녀의 장점이다.

부녀회의 행사중 가장 큰 행사는 알뜰바자회이다.

봄, 가을로 열리는 알뜰바자회는 먹거리와 물물교환, 자원봉사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바자회 행사가 열리면 신발,옷, 책, 컴퓨터 등 각종 재활용품이 쏟아져 나온다.

이 물품은 가격에 맞춰 교환되거나판매된다.

바자회는 각종 먹거리가 마련돼 주민 축제로 이어질 뿐만아니라 노인들을 위한 자원봉사도 펼쳐진다.

이날 부녀회에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미용 자원봉사를 펼친다.

미원자원봉사는 윗어른을 공경하는 차원에서 실시되는 것으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

알뜰바자회에서 얻은 수익금은 전액 불우이웃돕기에 쓰여진다. 1년 2백여만원 정도를 불우시설과 노인정등에 기탁해 오고 있다.

또 자체기금을 마련해 경노잔치, 김장담그기, 쌀지원등 노인들을 위한 배려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부녀회에서 관심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문고사업이다.

관리사무소내 40여평의 청소년공부방에는 5천여권의 책이 소장돼 있다.

부녀회는 학생들이 방과후에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공부방을 개방하고 있으며 이곳에 소장된 책은 무료로 대여해 준다.

또 이곳에서는 1주일에 두번 한문교실이 열린다.

노인회 주관으로 열리는 한문교실에는 37명의 중·고교생들이 참여한다.

이곳에서 이들은 천자문과 논어, 대학등 선인들의 지혜와 학문을 배우고 있다.

과천 주공아파트 1단지는 관리사무소와 부녀회, 노인회, 주민들이 화합해 회색 콘크리트 벽을 이웃의 정이 오가는 사랑의 벽으로 변화시켰다.

또 입주민 모두가 혼연일체체가 돼 한번 살고 싶은 아파트로 품위를 한단계 높여 놓았다.

손회장은 “아파트 입주민중 60%이상은 10년이상 이곳에서 살고 있으며 한 번 이사오면 다시 이사가기 싫을 정도로 살기좋은 아파트이다”며 “이는 쾌적한 주거환경과 이웃의 정 때문이다”고 귀띔한다./과천=김형표기자 kimhp@kgib.co.kr

(인터뷰)

“20년이 넘는 아파트인 만큼 이웃간의 정(情)도 돈독합니다. 비록 아파트 외벽은 약간의 균열이 갔지만 이웃사랑은 아직도 여전합니다”

지난95년부터 중앙동 부녀회와 1단지 부녀회장은 맡아 오고 있는 손회장은 아파트 주거문화는 관리사무소에서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입주민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한다며 살기좋은 아파트를 조성하는데는 입주민과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이다고 밝혔다.

-아파트의 조경수가 인상적인데 특별한 관리방법이 있는지

▲오랜 역사의 유산이다. 아파트 건립 당시 식재된 조경수는 이제 아파트 키보다 커버렸다. 숲으로 쌓인 아파트를 모두가 부러워 한다. 이곳에는 감나무등 유실수가 많지만 누구도 열매를 타지 않는다. 조경수는 주민 모두가 관심을 두고 관리를 해 오고있다.

-20년된 아파트치곤 매우 튼튼한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건립 당시부터 아주 튼튼하게 짓은 아파트이다. 또 관리사무실이나 입주민들이 보수등 관리를 잘 해 온 결과이다. 현재 외벽에 약간의 균열은 있지만 아직도 10년은 더 사용할 수 있다.

-다른 아파트에 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특수시책이 있다면

▲우리 아파트는 알뜰바자회, 불우이웃돕기, 김장담그기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고 있다. 하지만 우리아파트에서 가장 자랑하고픈 것은 바로 열린 아파트란 것이다. 친척보다 더 가까운 이웃이 옆에 있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마음이 우리아파트를 살기좋은 아파트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과천 주공아파트 1단지는 과천시 아파트 문화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장 오래된 아파트이고 가장 살기좋은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시설이 좋아 살기 좋은 아파트가 아니라 이웃의 정을 느끼면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주민 모두가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같은 전통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부녀회장의 책임이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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