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니 아파트단지 중의 하나인 의정부시 신곡2동 삼부아파트.
101동과 102동 단 두개의 동으로 구성된 삼부아파트에는 여느 대단위 아파트단지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그들만의 아기자기한 사랑이 모락모락 자라고 있다.
이런 사랑만들기의 중심축에 서있는 삼부아파트 부녀회(회장 이은례·40·여).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삶의 터를 이곳에서 꾸며나가고 있는 184세대 700여 주민들은부녀회를 주축으로 각박해지고 있는 세상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관리사무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102동 아파트 지하1층의 10평 남짓되는 공간에 마련된 부녀회 사무실이 이곳 주민들의 여가활동 공간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99년.
주민들로부터 별다른 눈길을 받지 못했던 지하의 컴컴한 부녀회 사무실이 문화교실의 장(場)으로 화려하게 탈바꿈 한 것과 동시에 아파트 분위기는 몰라보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십시일반으로 모은 적지만 그러나 귀중한 돈으로 사무실을 꾸미기 시작했다.
천장에 죽 늘어선 배관을 천으로 가린 것을 시작으로 바닥에 장판을 깔고... 나무를 사다 직접 책상을 짜고... 주민들로부터 전축과 쇼파, 의자 등을 기증받고...
불과 일주일만에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던 아파트 한켠의 작은 공간은 주민들의 필수공간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게다가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진 부녀회 문화교실이었기에 모두가 애착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삼부아파트 부녀회의 문화교실
부녀회는 가정의 크고 작은 일로 수많은 주부들이 삶을 무료하게 보내고 있는 현실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다.
이에 문화교실을 개설해 꽃꽂이를 비롯, 서예, 미술, 일어, 글쓰기, 요리, 뜨개질 등 다양한 분야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부들의 반응은 기대이상이였다.
특히 다양한 방면에 숨은 실력을 가진 주부들이 강사로 선뜻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여기에 단지내 놀이방에서는 주부들이 문화교실에서 강의를 받는 동안 시간당 1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아이들을 보살펴주겠다는 파격적인 계약을 해주기도 했다.
문화교실의 운영은 순조로울 수 밖에 없었다.
미술강의를 통해 실력을 키운 주부들이 잇따라 아마추어작가전에 입상하는가 하면 국가에서 인정하는 한문능력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한달에 한번씩 진행되는 특강 또한 큰 인기를 얻었다.
설날맞이 선물포장, 어린이를 위한 구연동화, 엄마들을 위한 메이크업, 글쓰기 지도법, 한방음료 만들기 등등.
*부녀회의 다양한 활동
어린이들에게 나무사랑의 정신을 키워주기 위해 자기나무 심기를 실시하고 있다.
부녀회 기금으로 벚나무 80여그루를 구입해 부모들과 함께 아파트 외곽에 나무심기 행사를 추진하면서 아름다운 아파트 만들기 또한 병행하고 있다.
특히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 단순히 심는데 그치지 않고 어린이 스스로에게 나무를 꾸준히 돌보고 가꿀 수 있는 힘을 실어주고 있다.
모래성 쌓기대회 또한 어린이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 것은 물론 놀이터를 가꾸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았다.
2∼3년에 한번은 놀이터의 모래를 뒤집어 줘야 고운 모래와 굵은 모래가 제대로 섞인다는 사실에 부녀회는 이 대회를 준비했다.
어린이 50여명이 17조를 구성해 서로 시합을 벌였다. 협동심과 경쟁력을 함께 키울 수 있는 자리였다.
1·2·3등 조와 참가자 전원에게는 참가상이 주어진 것은 물론 유익한 다과회도 곁들여져 아이들에게는 잊지못할 아름다운 시간이 되었다.
부녀회는 이밖에 경로당 노인들을 위해 온천관광을 주선하기도 했다.
외롭운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에게 모처럼 바깥 바람을 선보인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찬사를 받았다.
넉넉치 못한 주머니지만 서로가 자그마한 힘을 모은다면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행사였다.
*이은례 부녀회장 인터뷰
▲삼부아파트 부녀회가 다른 부녀회와 다른점이 있다면.
-소규모 아파트라는 특수성때문에 주민들의 화합이 우선 잘된다. 한 아파트에 수년동안 같이 살면서도 서로 몰랐던 주민들이 이제는 부녀회를 중심으로 이웃간의 정을 키워나가고 있다.
▲부녀회가 역점을 두고있는 문화교실에 대해 언급한다면.
문화교실은 무엇보다 주부들에게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고 있다.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주부들이 이 시간을 잘 이용해 자기성취감을 만끽하고 있다. 특히 문화교실을 통해 배운 일본어로 몇몇 주부들이 배낭여행을 한 것만 보더라도 문화교실 운영은 성공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부녀회의 존재이유를 말한다면.
다함께 사는 사회를 구축하는 데 큰 일조를 하고있다. 게다가 아파트 문제 등 남의일이라고 여겼던 갖가지 고민들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부녀회와 관련해 끝으로 말할 것이 있다면.
부녀회는 언제나 주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힘써주시는 강희숙, 김형희 선생님과 최미라 총무 등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의정부=배성윤기자 syba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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