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지역의보와 직장의보의 재정을 통합,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지역·직장 의보간의 재정건전성 격차로 인한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되면서 당초대로 시행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정통합 백지화 법안을 통과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원칙대로 추진하되 시행시기를 5년가량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국민건강보험 재정통합 계획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내 농촌지역 의원들이 ‘재정통합 백지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에 대해 이견을 제시, 당론 결정이 유보된데다 민주당내에서도 시행시기를 연기할 경우 정책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상태다. <편집자 주>편집자>
<한나라당과 자민련>한나라당과>
한나라당은 건강보험의 두축인 지역·직장의보의 재정통합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가 무리하게 건강보험정책을 추진, 건강보험의 재정이 파산나 엄청난 공적자금을 먹어 치우고 국민에게 불편만 가중시킨 ‘애물단지’로 전락, 현 정부의 최대 실정중의 하나인데다 이 건강보험 정책이 양대 의보의 재정통합을 전제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심재철 의원(안양 동안)등 23명의 의원들은 지난달 26일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재정을 분리·운영’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에 상정했다.
이날 심 의원은 제안 설명을 통해 “98년 의료보험 통합논의가 시작된 이래 직장의보는 2조8천억원, 지역의보는 1조원 가량 적립금이 소진됐다”면서“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낮아 재정통합에 대한 위헌논란이 제기되는 등 문제점을 개선하기위해 의보재정을 분리·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 등의 개정안 상정이후 김만제 정책의장은 “지역의보와 직장의보 가입자간 보험료체계가 다른 상태에서 재정을 통합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건강보험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재정통합 백지화’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재정통합 백지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의 ‘당론’여부를 둘러싸고 당내 이견이 표출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지난달말 열린 총재단회의에서 ‘재정통합 백지화’개정안을 당론으로 결정하려 했으나 농촌지역 부총재들이 강력히 반대, 당론결정이 유보됐으며 복지위 소속인 김홍신 의원도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직장의보와 지역의보를 분리운영할 경우 지역가입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지역의보재정의 40∼50%를 국고에서 지원키로 했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면서 재정통합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처럼 당내에서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자 이회창 총재는 권철현 대변인을 통해 “재정통합을 백지화해 지역의보와 직장의보 재정을 분리키로 한다는 방침은 당론으로 결정된 게 전혀 아니다”면서 “현재 두 의견이 팽팽이 맞서고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당론을 정할 것”이라고 발을 뺐다.
이에따라 한나라당은 건강보험 개정문제에 대해 재검토작업에 들어갔으나 당내 여론이 백지화인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자민련의 협조를 얻어 ‘백지화’를 관철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민련의 정우택 정책의장이 “자민련 의원들도 건강보험 재정분리를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법개정에 협력할 뜻을 내비춰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통합 계획은 야당의 법률개정에 막혀 무산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민주당>민주당>
민주당은 건강보험 재정통합을 2개월여 앞둔 지난달 23일 강현욱 정책의장, 국회 보건복위 의원들로 ‘의약분업 정착 및 건강보험 재정건전화 추진점검단’을 구성, 운영에 들어갔다.
추진단은 올 연말까지 의약분업 실시에 따른 각종 문제점을 찾아내 시정방안을 마련하고 재정건전화 추이를 살펴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기위해 구성됐다.
이런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재정통합 백지화’를 골자로 하는 건강보험 개정안을 상정하자 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강현욱 정책의장은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을 지금와서 고친다는 게 논리상 말이 되느냐”고 반발한 뒤 “현재까지는 내년 1월 재정통합 방침 당론에 변화가 없으며, 다만 부처별로 현안 법안의 문제점을 파악중인데 문제와 부작용 등이 무엇인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건강보험정책이 보험재정통합을 전제로 추진돼 와 재정통합을 백지화할 경우 건겅보험 정책기조가 사실상 붕괴돼 혼란이 우려되는데다 이미 진행된 건강보험 조직통합 문제 등의 경제적·사회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당초대로의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내에서도 현 시점에서는 양대 재정의 불균형상 내년 통합이 어렵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에따라 일부에서 재정통합은 원칙대로 추진하되 통합시기를 2007년 이후로 유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건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김태홍 의원은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통합은 무리”라며“지역과 직장 가입자간 형평성 확보를 위해 통합시기를 5년간 유보하는 법안을 조만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용기자 my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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