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대의 사병 내무반에는 과거와 같은 물리적 폭력이 거의 없어졌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통념이다. 그러나 ‘얼차려(군기잡기)’라는 신세대형 기합이 생겨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군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TV시청 시간에 혼자만 벽 보고 앉아 있게 만들고, 말을 안거는 등 중·고교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왕따행위가 그 신종 기합이라고 한다. 잠자는 하급자를 깨운 뒤 고참병의 근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게 만들거나 체육 또는 작업시간에 열외 시키기 등으로 물리적 접촉은 하지 않는 대신 인간적 모멸감이나 소외감을 느끼도록 해 하급병들의 군기를 잡는다는
것이다.
한달동안 밥에 물을 말아먹게 하고 먹기 싫은 반찬을 계속 먹게 하거나, 고참들이 밥을 덜어주며 다 먹게 하는 기합도 있다. 50대 이상들의 춥고 배고팠던 군대시절을 생각하면 기막히는 격세지감이다. 이같은 군기잡기는 이른바 ‘고문관’으로 불리는 전통적인 군대 미적응형이 주 대상이지만 지금은 학벌이나 집안 환경이 좋을수록 대상이 되기 쉬워 신병들이 학력이나 부모의 직업을 속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국군 수도병원 정신과에 입원하는 환자들 가운데는 ‘얼차려’에 시달리던 사병들이 많다고 한다.외상보다는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후송되는 사병이 훨씬 많고 이들중 일부는 평생 스트레스에 시달릴 가능성이 보인다고 한다. 일부 신세대 병사들의 나약함이나 인내력 부족으로 인해 내무반에서의 갈등과 충돌소지가 과거보다 많아져 신종 가혹행위 발발 가능성이 상존하지만, 이를 단속하면 장교 등 간부들이 상상도 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변형된다니 아닌게 아니라 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고질적인 문제는 ‘쫄병’시절 기합 많이 받은 병사가 고참이 되면 더욱 악랄해지는 경우다. 물론 모든 고참들이 올챙이 적 모르는 개구리라는 것은 아니다. 신병 시절을 생각하지 못하는 고참은 제대 후에도 이 사회에서 퇴출당할 게 뻔한 소인배들이다. 올해 전반기에 일어난 군내 사망사고가 75명이다. 이 가운데 자살 등 군기사고가 32명이라는 것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軍은 내무반에 있는 소인배들부터 소탕해야 한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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