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훈련소 신병훈련장에 ‘눈물고지’란게 있었다. 화생방 교육장이다. 교육을 마치고 나면 얼굴이 온통 눈물에 콧물이 뒤범벅 되곤 했다. 눈은 매워 제대로 뜰 수 없고 가슴은 답답하며 목이 잠겨 헛기침만 해대기 마련이다. 훈련이니까 이정도지, 실전에서는 이렇게 죽어가는 것이 화학전이다.
화생방은 독가스등 화학무기, 세균등 생물학무기, 방사능등 핵무기를 일컫는다. 영어로는 각 머리글자를 따서 CBR 이라고 한다. 화학 및 생물학 무기는 운반 및 살포가 비교적 쉬우면서 핵무기처럼 대량 무차별 살상이 가능한 가공할 특성을 지녔다. 지극히 비인도적 무기인 것이다. 특히 화학무기는 제조가 핵무기보다 훨씬 간단하고 생산비도 핵탄두의 1%밖에 안되면서 살상력이 높아 ‘제2의 핵무기’로 불린다. 제1차대전 때 연합군에게 치명타를 입혔던 독일의 유명한 독가스전이 곧 화학무기인 것이다. 화학무기의 생산 보유를 금하는 ‘화학무기 금지조약’(CWC)이 있으나 미가입국이 있고 가입국에서도 실제로 전량 폐기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생물학무기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국제사회가 이의 금지를 협약한 지는 오래됐지만 제대로 지켜진다고 보기에는 역시 의문이다. 북측의 핵무기 제조여부가 한동안 큰 관심사였으나 실은 그들이 갖고 있는 상당량의 화학무기, 생물학 무기가 더 두렵다. 또 화학무기는 전쟁상황에서만 사용되지만 생물학 무기는 치명적인 각종 전염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게릴라전이나 후방 테러 등 소리없는 전쟁에 사용돼 더욱 무섭다.
테러로 추정돼 미국을 공포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탄저병 소동이 만약 테러에 기인한게 사실이라면 생물학전인 것이다. 사람과 동물, 식물에까지 발생하는 탄저병은 감염 경로에 따라 병형이 다르긴 하나 사람과 짐승은 치사율이 아주 높은 패혈증을 일으킨다. 1850년에 양의 혈액에서 발견된 탄저균은 10년이상의 건조상태에서도 생존하고 가열, 일광 소독등에 저항이 강해 오염된 것은 불태워 없애는게 상책이다. 세균, 바이러스 등으로 제조하는 생물학 무기는 탄저병외에 천연두, 페스트, 뇌염, 이블라 출혈열, 식중독 등 30여종이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등에 새로운 생물학무기 탐사장비를 배치했으며, 일본은 생물학무기 공격대처 사업비를 편성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생물학 무기의 완전
사각지대다. 무대책이 대책인 것이다. 겨우 반입루트 차단에 주력하고 있을 뿐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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