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전쟁’

영국작가 조나단 스위프트가 1726년에 쓴 풍자소설 ‘걸리버 여행기’는 소인국과 거인국의 얘기다. 인도로 항해하던중 난파하여 소인국 릴리펏 해안에 표류된 걸리버의 머리카락을 그들 말뚝에 붙들어 매지만 어렵지 않게 털고 일어선다. 소인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가히 초인적이어서 그들 국왕에게 중용된다. 그러나 거인국 브로브딩낙에서는 작아도 아주

작은 난장이 취급을 당해 구경거리가 된다. 마침내 왕비의 애완용 동물신세로 전락한다. 기상천외의 픽션으로 당시의 세태를 예리하게 풍자한 소설이다.

고대 이스라엘의 다윗왕은 고향 베들레헴에서 양을 치던 목동이었다. 목동이었던 소년시절에 거인 골리앗을 죽여 사울의 신임을 얻어 왕이 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아들 솔로몬 같은 메시아 자손을 두게됐다.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죽인 것은 양을 해치는 승냥이를 퇴치하기 위해 익힌 돌팔매질로 이마를 정통으로 맞혔기 때문이다. 마호메트는 AD 570년경 아라비아에서 유복자로 태어나 여섯살땐 어머니마저 잃었다. 조부, 숙부에게 의지하여 자랐다. 그가 아라비아의 옛수도 메카 근교 히라산 동굴에서 명상중 알라신의 계시로 예언자가 된 것은 마흔살이 갓 넘어서였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을 초토화 하는 보복전쟁은 이를테면 걸리버가 소인국에서 행세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아프간이 아무리 결사항전 한다 해도 정규전에서는 첨단무기를 실험하는 미국의 전쟁상대가 될 수 없다. 부시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며 힘없는 약소국, 아프간에 정예군 수천명을 투입하고 미사일에 전폭기 공격을 가하는 것은 소인국에서 활개친 걸리버의 오만과 다름이 없다. 애시당초 상대가 안되는 약소국을 얕잡아 보고 하는 그의 승리 다짐은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다. 약육강식의 국제사회는 비단 19세기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뉴욕타임즈는 미군이 아프간의 한 마을을 오폭, 초토화 하면서 53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냈다고 보도했다. 부시의 오만을 응징할 거인국이 지구상에 없다 하여도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의 돌팔매질은 있을 수 있다. 테러 보복구실의 무모한 부시의 확전이 또 다른 테러를 불러들이지 않을까 하여 걱정된다. 테러는 마땅히 추방돼야 하지만 알아두어야 할게 있다. ‘테러추방은 테러의 요인 추방부터 있어야 한다’는 미국 어느 석학의 말이 생각난다. 부시의 전쟁은 ‘미친 전쟁’(crazy war)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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