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총경기도지회 정규호회장 아프리카를 가다

“탄자니아”

동물의 울음소리에 소스라쳐 잠을 깼다. 새벽 4시. 커튼을 열어보니 아직도 어둠이 대평원에 드리워져 있으나 불과 50m 거리의 철망을 사이에 두고 무수한 동물 무리가 보인다. 서서 풀을 뜯는 놈도 있고, 앉아서 되새김 하는 놈도 있다. 대평원에서는 밤과 낮이 없이 동물들의 자연스런 삶이 이어지는 것이다. 멀리 킬리만자로의 늠름한 자태가 아침 햇살을 받아 신비롭게 보인다. 영봉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

국경마을 나망가에 도착하니 잡상인 떼가 몰려들어 ‘쟘보(안녕하세요)’를 외쳐댄다. 아이를 업은 아낙은 한푼 달라고 손을 내민다. 아이의 입과 눈가에는 파리가 까맣게 붙어 있다. 이곳도 사는 모습이 케냐와 비슷한 풍경이다. 탄자니아는 사회주의 국가다. 수도는 다레어스 살렘이며 총 인구는 2천200만명이고 면적은 945㎢로 우리나라의 4배다. 언어는 스와힐리어를 쓰며 잔지베르에서는 아랍어도 사용한다. 2차선 도로를 몇시간 달렸다. 도로변의 가난이 드리운 작은 촌락이며 행인의 모습에서 가슴이 저며옴을 느꼈다. 저런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런 삶 속에서 행복이란 존재할까? 저들에겐 행복이란 단어가 사치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덧 아루샤에 도착하여 시장기를 때웠다.

아루샤에서 북서쪽으로 180km 떨어진 웅고롱고로 분화구를 찾아가는 길이다. 순전히 비포장 도로로 황토 먼지와 차들의 노후로 먹물가스가 코를 찔렀다. 길가에 나무며 풀이 먼지를 뒤집어 써서 형체조차 알아볼 수가 없었다. 몇시간을 가는 것인지 왜 분화구를 꼭 가야만 되는지조차 의문을 가질 겨를도 없이 차는 덜커덩 거렸다. 땅거미가 지고 몽롱해진 심신이 천근만근이었다. 장장 10여시간만에 능고롱고로 분화구 정상에 도착했다. 어둠속에tj 분화구를 덤덤히 바라보았다.

다음날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롯지 발코니에서 사방을 조망했다. 밝은 해가 비치면서 거대한 분화구가 서서히 시야에 들어왔다. 능고롱고로는 큰 구멍을 뜻하는 마사이어로 이 보호구역의 총 면적은 8천475㎢이며 분화구의 직경이 20km이며 깊이가 600m나 된다. 분화구 안에는 호수가 2개 있는데 하나는 담수요, 하나는 염기가 함유된 물이다. 이 분화구에는 기린만 없고 온갖 동물이 서식한다고 한다. 여지껏 메마른 평원만 보아왔는데 이곳 산정은 광활한 원시림으로 뒤덮여 있어 마치 에덴동산에 온 기분이다. 분화구에 내려가 사파리를 즐기다 어제 점심을 먹었던 아루샤로 향했다. 또 그 지겨운 먼지를 뒤집어 쓰고 180km의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만 했다. 잠잠하던 일행중에서 불평이 터지기

시작했다. 아루샤는 메루산과 킬리만자로 산기슭에 위치해 있는 표고 1천400m 고원 도시이며 인구는 11만으로 이 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이다. 교통의 요충지로 관문도시 우사와 킬리만자로 국제공항이 가까이에 있어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독립후인 1967년 니에레레 대통령이 우자매(가족애) 사회주의에 기초한 자력 갱생의 국가 건설을 제창하였던 ‘아루샤선언’이 채택되었던 역사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8월14일 아침 27인승 버스를 타고 국경 나망가를 거쳐 케냐 나이로비로 향했다. 나이로비 ‘사라피 파크’호텔에 여장을 푸니 천국에 온 것만 같다. 이 호텔은 부지가 10만평인데 숲이 우거진 아주 멋들어진 호텔로 우리나라 J씨가 영업하는 곳이라 귀띔해준다. 저녁에는 악어요리 데방야기에 보드카를 적시며 민속공연을 관람했다. 검은 피부에 터질것만 같은 근육…멋들어진 무희들의 춤은 우리 일행을 매료시켜 피로가 확 가시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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