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이슈>파주 장파리 다그마훈련장 폐쇄시위

“조상 대대로 농사 짓던 땅을 뺏앗긴 것도 서러운데 30여년동안 미군탱크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물론 밤잠까지 설쳐야 하니 이제 더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스토리사격장 확장으로 농지를 잃게 되자 종로 한복판과 미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던 장파리 주민들.

이제는 탱크 훈련장(일명 다그마 훈련장)으로 통행하는 탱크 소음과 분진, 그리고 진동으로 인한 건물 균열 등으로 생활불편을 호소하며 농기계로 탱크 통행을 가로막는물리적인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이들 파평면 장파리 주민들은 이번에는 아예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생각으로 탱크훈련장인 다그마 훈련장의 폐쇄는 물론이고 징발된 토지 반환과 공여지를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같이 주민들의 요구가 구체화되고 거세진 계기는 지난 12일밤 11시30분께 부터.

미군탱크들이 굉음을 내며 마을 한복판으로 지나가며 잠자고 있는 주민들을 모두 깨놓자 동네 주민 50여명이 하나 둘 길가로 나와 트렉터와 트럭으로 길을 막고 통행을저지시키면서다.

이날 이후 13·14·15·16일 나흘동안 주민들은 계속해서 농기계로 탱크 출입을 막는등 미군측과 마찰을 빚어졌다.

이과정에서 장파리 주민들은 물론이고 적성면의 자장리, 식현리 주민들도 이에 가세했다.

주민들은 다그마훈련장으로 출입하는 미군탱크로 인해 해마다 피해를 보면서 그동안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참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평면 장파리 주민들은 “30여년동안 군사시설보호구역에 있으면서 스토리 사격장,다그마 탱크훈련장 등으로 인한 피해를 감수해 왔다”며 “그러나 700여가구 4천여명이 살고있는 파평면의 장파리, 금파리와 적성면의 자장리 등의 주민 피해를 고려치 않고 밤이면 탱크소리에 밤잠을 설치게 하는가 하면 가을에는 건조시키기위해 널어 놓은벼 등을 짓밟아 한해 농사를 망가트리는등 피해를 더이상 보고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탱크훈련장 인근의 사유지에 심어 놓은 농작물을 탱크로 마구 짓밟아 망가트리는가하면 도로옆 목장의 젓소들이 탱크소리에 놀라 유산되거나 유량이 떨어져 피해를보고 있지만 보상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도 주민들의 불만이다.

장파리 주민들을 더욱 격분케하는 것은 13년전 정완수씨(44)의 당시 6세인 외아들이 탱크에 짓밟혀 숨졌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사례와 지난 73년 장좌리 땅을 강제로 징발당하면서 농지를 잃게 된 문모씨(당시 57세)가 4년전 생계를 비관하며 음독자살한 사건 등 10여년 동안 7건에 이르는등 각종 울분섞인 인명사고들이다.

이곳 주민들은 그동안 훈련장에 출입하는 미군탱크로 인한 피해도 피해지만 그보다도 근본적인 문제는 1973년 당시 평당 시세가 3천원하던 땅을 270원에, 그것도 현금이아닌 증권으로 대신한 것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로 다른 곳에 가서 땅을 살 수도 없었으며 그때부터 농지를 잃고 생계에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는 이재욱,안종국,안흥기,정인호,이재근씨 등이 주민들을 대표하여 미군에 공여된 장좌리땅 되찾기 대책위원회를 5년전에 결성해 그동안 반환청구소송을 비롯한 수십차례의 진정서를 청와대와 국방부와 미2사단등에 제기하는등 징발된 농지를 되찾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동대표인 정씨(48·장파1리)는 당시 징발 통지서를 껴내 보이면서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된 상황에서 정부가 부득이 하게 취한 조치였다고는 하지만 농지를 잃은 농민들이 그 이후 생계에 어려움을 겪자 비관하여 음독 자살하는 사례가 7건이나 발생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처참 할 정도로 심각한 실정인데 이러한 고통에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재욱 공동대표(62·장파1리)도 “장파리 주민들은 스토리 사격장 확장계획으로 인해 농지를 잃게 된데다 이제 다그마 탱크훈련장 계획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니 망막하다”며 “다그마 훈련장이 있는 장좌리를 원소유주에게 반환할때까지 생존권차원에서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군측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보다는 파주시를 찾아 훈련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 주민들을 더욱 분노케하고 있다.

장파리 미 탱크부대 훈련장이나 스토리 사격장의 문제는 이제 피해를 보는 주민들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되서는 않된다는 것이 주변의 지적이다.

주민들의 요구대로 정부가 됐든, 정치권이 됐든, 아니면 시민사회단체가 됐든간에 주민들과 함께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는 공동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파주=고기석기자 koks@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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