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기반시설은 물론 주변 여건을 전혀 고려치 않고 계획성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개발하는 것을 일컬어 ‘난개발’이라 한다 . 난개발로 수도권이 신음하고 있다. 지난 93년 국토이용관리법 개정시 용도지역을 10개에서 5개로 줄이면서 준도시지역, 준농림지역이 생기면서 개발해야 할 땅과 개발하지 말아야 하는 땅의 구분이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규모 및 단계별로 정해진 규제를 피하기 위한 ‘조각 개발’이 대표적인 난개발 케이스. 이후 법이 정한 최대 허용면적을 비껴 나가기 위해 개발지역을 쪼개서 규제대상 범위 이하로 축소해 개발하는 ‘편법’이 판치고 있다. 대규모 개발의 억제가 오히려 소규모 개발을 부추겨 국토 곳곳이 갉아먹힌채 방치되고 있다.
□난개발 현황 및 실태
지난해말까지 전국에서 전용된 농지는 20만여건에 5만여㏊이며 이중 경기도가 1만6천㏊로 가장 많다.
해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배가 넘는 농지가 각종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지면적이 크게 줄어 농업경쟁력 약화는 물론 수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오히려 공기업이 수도권 지역의 난개발을 부추기기도 한다. 한국토지공사가 수도권 지역에서 광역기반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100만㎡이하의 소규모 택지개발사업을 마구잡이로 추진, 난개발을 조장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토공이 경기지역에서 진행중인 18곳의 택지개발사업지구중 광역기반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100만㎡이하의 소규모 지구는 72%인 13곳에 이른다. 용인시 수지2지구의 경우 100만㎡에서 4만㎡가 모자라는 96만㎡로 개발되고 있으며 남양주 평내지구와 의정부 송산, 수원 천천지구 등도 각각 80여만㎡ 규모로 택지조성이 되고 있다.
이밖에 수원 정자지구와 평택 장당, 용인 동천·신봉 등 도내 나머지 9개 지구도 택지조성 규모가 37만∼57만㎡로, 도로 및 상하수도 등 광역기반시설 설치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난개발 사례로 꼽힌다.
감사원은 지난해 용인시 난개발과 관련해 시 간부 4명에 대해 파면 및 해임조치토록 도에 징계통보하기도 했다.
농림부가 올해 농지불법전용 특별교차단속을 벌인 결과 경기도지역에서 신고·허가없이 사용하거나 무단 용도변경한 사례는 29건에 1만3천445㎡에 이른다. 도의 경우 지난해 특별단속에서도 16건의 무단용도변경 사례 등이 적발됐다.
이같은 무차별적인 난개발은 수해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지난해 수도권 난개발로 인한 수해 규모는 834억원규모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용인시가 400억원, 이천 182억원, 안성 158억원, 여주 94억원 등이다. 이와함께 농경지 600여㏊가 유실 또는 매몰됐으며 침수피해를 본 논이 2천523㏊에 달했다.
이밖에 최근 지자체들이 개발제한구역에 골프장을 비롯한 각종 위락시설과 공공시설 건립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방세 수입확대를 겨냥한 것으로 그린벨트제도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만 아니라 환경보전은 뒷전인 채 그린벨트마저 난개발로 망치는 행태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부천·시흥·안산·구리시 등 11개 시군에서 그린벨트 400여만평에 23개의 골프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시는 그린벨트에 시청, 법원 등 행정타운 부지를 조성할 계획인가 하면 의왕시와 광명시는 골프장과 함께 경정·경륜장을 추진하는 등 돈에 눈이 먼 지자체의 무분별한 마구잡이식 개발계획 앞에 도심속 허파인 그린벨트가 잠식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난개발을 부추기는 요인
공기업간 수도권의 ‘땅 따먹기 전쟁’도 수도권 난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97년 토공이 파주 교하지구를 택지지구로 지정하자 같은해 10월 대한주택공사가 곧바로 인근 파주 금촌에 금촌2지구를 지정했으며 경기도도 지난 96년 용인 서북부 구갈3지구를 택지지구로 지정,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섰다.
99년 12월엔 주공이 용인 기흥지역에 구성·보라지구를 잇따라 지정했고 토공도 이에 질세라 지난해 1월 인근 기흥읍에 영신·보정지구를 택지지구로 고시했다.
또 경기도와 주공은 지난해초 기흥읍 일대를 ‘친환경적 주택모델 시범사업’대상지로 선정하는등 주공은 지난 93년부터 현재까지 400여만평을 개발했으며 토공의 경우 같은 기간동안 1천여만평을 택지지구로 지정 또는 완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들마저 돈벌이에만 급급, 수도권 곳곳을 마구잡이식 난개발로 파헤치는데 앞장서고 있는 꼴이다.
주공은 일산신도시 풍동·식사동 일대 24만여평을 택지로 지정하면서 일산의 허파인 풍동숲 10만여평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택지옆 풍산동 달동네는 제외시킴으로써 보존할 곳은 개발하고 정작 개발할 곳은 비껴간 아이러니컬한 결정이었다.
파주시 탄현면에 통일동산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는 토공은 청소년 시설부지 30만평을 5회에 걸쳐 계획변경한 끝에 모두 상업지구로 변경했다. 적자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책사업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전문가 대책 및 예방책 진단
건교부의 수도권 난개발 방지대책은 용인 등 수도권 일대의 난개발로 교통난과 기반시설 부족 등이 심각한 지역현안으로 급부상하는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행정의 전형으로 비춰진다.
더욱이 난개발 문제가 택지개발지구 주변에 초고층 아파트를 마구 건설토록 함으로써 입주민들에게 도로와 학교 등 기반시설을 무임승차하도록 한데서 비롯됐으나 여기에 대한 대응조치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행정실명제나 개발허가제 등을 도입하고 난개발 폐해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가려 재발을 방지토록 하는 심도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개발이익 싸움 등 이전투구식 개발경쟁이 부처간 이기주의를 조정, 통합해 종합계획 수립기능을 완전 마비시킨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개발권을 무리하게 남용해 활용한 결과 수도권의 난개발 정도는 심각해졌다”며 “국토개발계획에 대해 부처간 또는 지자체차원을 뛰어넘는 강력한 통합 조정기능을 갖춘 신설기구의 등장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정인홍기자 ihchu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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