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지역의 황량한 들판을 연상케하는 동아매립지가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맞아 개발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인천시 서구 경서동 일대 500만평에 이르는 동아매립지를 더 이상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동아매립지는 공항에서 나오는 첫번째 인터체인지인 북인천 I.C 입구에 인접해 있어 수도권 관문을 넘어 우리나라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흉물스럽기 짝이없다.
특히 7조원 이상 들여 건설한 인천국제공항 주변에 변변한 배후단지가 없는 상황에서 자칫 동북아 허브공항의 꿈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속에 동아매립지는 그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농지로 활용할 것인가, 첨단도시로 개발할 것인가를 결정해야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동아매립지 현황
1.위치: 인천시 서구 경서동, 원창동, 연희동 일원
2.매립목적: 농경지 조성
3.매립면적: 1천126만평
4.매립기간: 1980∼1989
5.투자사업비: 827억원(91년 준공시 기준, 현가환산 2천500억원추산)
6.소유권 변경: 동아건설의 부도로 지난 99년 농업기반공사로 소유권 이전.
7.매립배경: 정부는 70년대 후반 중동경기의 침체로 건설업체의 인력과 장비가 철수됨에 따라 건설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국가 안보차원의 식량증산을 목적으로 현대건설에게는 서산간척지를, 동아건설에게는 김포간척지를 각각 매립할 수 있게 했다.
현대가 매립한 서산간척지는 당초 목적대로 농경지로 쓰고 있으나 동아매립지는 그대로 방치돼 있다.
◇분쟁의 발단
동아매립지에 대해 시민·환경단체들은 서산 간척지를 예로 들면서 동아매립지도 당초 목적대로 농경지로 사용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또 동아매립지를 개발이 가능한 도시용지로 용도변경할 경우 서산간척지의 용도변경을 막을 논리적 명분이 더 이상 없을 뿐더러 특정기업에 엄청난 특혜를 주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여기에 환경여건이 열악한 인천지역에 동아매립지의 개발은 교통체증, 환경오염을 더욱 가중시켜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측은 서산간척지는 용수공급이 가능해 농사를 짓는데 별 문제가 없으나 동아매립지는 물을 공급받을 수 없어 농경지로만 고집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시도 처음에는 개발에 찬성하는 듯 하다 특혜의혹에 휘말릴 것을 우려,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여왔다.
이처럼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동아건설이 부도를 맞았고, 소유권은 농림부 산하 농업기반공사로 넘어갔다.
◇다시 불거지는 개발 논쟁
동아매립지가 동아건설 소유일때는 개발입장에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았다.
괜히 나섰다간 동아건설과의 유착의혹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유권이 국영공사로 넘어간 이상 특혜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다 인천국제공항 개항으로 서구지역의 발전 잠재력이 다시금 재 평가받고 있다.
또 농림부도 당초 농업목적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자신들에게 소유권이 넘어오자 개발해야 한다며 개발가닦을 잡기위한 용역을 실시하는등 가장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다.
◇농림부 입장
농림부는 사정이 많이 변했다며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농업기반공사는 이 지역 개발을 전제로 국토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으나 개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구체적으로 농림부는 자신들의 말을 뒤집을만한 논리를 어떻게 전개해야 할 지 고민하는 눈치다.
스스로에게 던져진 이같은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환경단체 입장
환경단체는 개발자체를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
9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 계속됐던 개발논의 과정에서도 특정기업에 대한 엄청난 특혜를 주는 것이고, 인천지역 환경오염 악화를 가속시킨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지난해 9월 국토연구원이 개발에 기초를 둔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자 인천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주된 이유는 환경오염이지만 농림부가 동아소유일땐 그토록 반대입장을 보이더니 자신들이 소유권을 가져오고서는 찬성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란 주장에서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농림부는 어떠한 대응논리도 대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번 논의과정에서 대기업에 대한 특혜주장은 빠져있어 환경단체의 입장변화 조짐을 읽을 수 있다.
◇인천시 입장
시는 당초 찬성입장을 보이다 시민·환경단체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뚜렷한 입장표명을 미룬채 찬성도 반대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동아매립지가 개발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농지보존도 아니고 환경보전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닌것 같다.
규모와 위치, 기능에 있어 송도매립지와 중첩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실 동아매립지가 송도매립지보다 여러면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것은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최기선 시장의 최대 치적거리인 송도매립지 성공여부가 불투명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 시로서는 개발반대가 아닌 개발 자체를 싫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시는 농림부가 용도변경을 위한 인천시의 입장을 물어오고 있으나 ‘우리는 급할게 없다’는 식으로 묵묵부답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의 태도는 진정한 지역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역 여론
지역 정치권은 원칙적으로 개발에 찬성하고 있다. 서구 조한천 국회의원(민주당)은 지역발전을 넘어 경기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동아매립지 개발에 찬성하고 있다.
동아매립지가 개발돼야 외자유치도 원활해지고 인천공항이 허부공항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논리다.
명칭도 인천매립지로 변경하고 공익성과 채산성, 국제성, 환경성, 미래성을 감안한 개발이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개발이익도 지역으로 환원하고 생태공원 등을 조성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권중광 전 서구청장도 재임시절 친환경적 개발의 불가피성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아파트를 개발하기 위해 잘 보존된 산림이 수없이 잘려나가는 마당에 황무지처럼 버려진 동아매립지를 방치하는 것은 오히려 환경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이제는 10년 이상 개발이냐 농지활용이냐에 대한 논쟁의 고리를 끊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지역의 중론이다.
농림부나 인천시, 지역 인사들이 환경단체나 개발 반대자들의 눈치를 보며 할말을 못하기 보다는 진정 국가의 장래를 위해 동아매립지에 대한 심도있는 토의를 이끌어 내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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