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주민들은 전기사용이 크게 늘고 있는 하절기의 경우 누진제 적용으로 평소보다 절반가량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철회를 요구하는 반면 정부측은 규정을 다소 완화할수는 있어도 그 기본틀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같은 정부측 입장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 집단민원으로 확산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실정으로 누진제를 둘러싼 민원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15일부터 전력을 ▲월 300kwh이상 사용하는 가구에는 평균 6.3% ▲400kwh이상을 사용하는 가구에는 평균 16.6%씩을 각각 인상하는 요금 누진제를 적용, 시행하고 있다.
종전에는 201∼300kwh를 사용하는 가구의 경우 kwh당 177.7원의 요금을 납부하면 되지만 이 제도 시행으로 301∼401kwh를 사용했을시 1kwh당 308원으로 무려 2배가량 요금을 더 내야 한다.
특히 400∼ 500kwh까지는 405.70원, 500kwh 이상시에는 1kwh당 639.40원의 전력 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주택용 누진요금제는 사용량에 따라 기본요금 6단계, 사용량 요금은 7단계로 나눠져 있다. 7단계 요금단가는 1단계보다 무려 18.5배 많은 것으로 동일한 1kwh를 기준으로 1단계에서는 34.50원을 적용하지만 7단계에서는 639.40원이 적용되고 있다.
생활수준향상으로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이 36%를 웃돌고 있는 가운데 하절기를 맞아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냉방기기의 사용이 증가한 점이 최근 이 누진제에 대한 민원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이다.
자짓하면 예상치 못한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하고 현재 이같은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평상시 전기 사용량이 300kwh에 4만1천100원 정도를 납부하는 가정에서 추가로 가정용 18평형 에어컨(2kwh)을 하루 3시간씩 1개월을 사용할 경우 사용량은 1.6배 증가하지만 전기요금은 3배 가까이 증가한 11만6천여원을 납부해야한다.
수원시 정자동 24평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 신모씨(34)는“지난해 7월 3만9천여원의 전기요금을 냈는데 올해는 10만여원이 청구됐다. 지난해에 비해 사용량은 1.5배 정도인 156kwh 증가했지만 전기요금은 3배가량 증가했다”며“에어컨 몇번 틀었다고 전기요금이 이렇게 많이 나올줄 몰랐다”고 말했다.
박모씨(37·상업·수원시 장안구 송죽동)는 “전혀 예상치 못한 전기요금이 청구됐다”며“미리 알기라도 했으면 이같은 일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전기요금으로 낭패를 보는 이유는 한전측의 홍보 부족도 한 몫했다는게 시민들의 주장이다.
현재 한국전력 인터넷 게시판에는 ‘눈가리고 아옹식’‘서민이 봉이냐’등 연일 비난의 글들이 빗발치고 있다.
주부 임모씨(32·인천 남구 관교동)는“한등끄기 운동을 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쓰더라도 여름철 웬만한 가정에서는 전기사용량이 300kwh를 훌쩍 넘는다”며“주택전기요금 누진제는 장삿속으로 밖에 볼수없는 처사”이라고 비난했다.
박모씨(53·회사원·성남시 분당)도“일반가정에서 컴퓨터와 냉장고 등 대부분이 전기와 관련된 것으로 아무리 아껴쓰려해도 300kwh선을 넘나드는데다 요즘들어 12시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집들이 대부분인데 결국 아무것도 하지말라는 것이냐 ”며“일방적인 전기료 누진제를 고수할 것이 아니라 탄력적인 누진제를 적용하던가 아니면 여건에 맞도록 현행 누진제 기준을 높게 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누진제는 주택용 전기사용을 억제하고 저소득층을 보호하기위해 월 300kwh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전력고소비 가정에 대해 상대적으로 많은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위해 시행됐다.
그러나 전체 전기의 15%밖에 사용하지 않는 가정용에만 적용하고 56%에 달하는 산업용과 19%인 일반용을 제외, 산업용과 일반용에서 발생한 적자분을 메꾸기 위해 누진제를 시행한다는 비난여론마저 일고 있다.
김모씨(32·주부·하남시 덕풍2동)는“가정에서는 에어컨도 사용못하게 하면서 백화점이나 기업체 등은 한기를 느낄 정도로 냉방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며“누진제 본래취지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사 관계자는“현행 누진제 기준을 300kwh로 정한 것은 수용가 91.1%가 월 300kwh미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며“전력 최대수요 시기인 열름철만을 위해 발전설비를 계속 늘리기 보다는 에너지 소비절약을 유도하는 방법이 효과적인데다 누진제를 완화할 경우 그만큼 전력을 적게쓰는 서민층의 전기요금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지난해 11월부터 전기요금 누진제의 불가피성과 정확한 이해를 위해 홍보를 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요금을 조정하는 것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기때문에 현행 요금체계를 이해하고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도록 각자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측은 에어컨을 사용하는 하절기 몇달때문에 수조원을 투입해 발전 설비를 늘릴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주민 개개인이 에너지 절약을 통해 전기요금을 과다하게 납부치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관리공단 유영선 과장은 “전력 사용량이 월 300kwh가 넘어 누진요금이 적용되는 가구의 비율은 연평균 약 8.8%에 불과하지만 여름철에는 15.6%로 급증한다. 이는 대부분 에어컨 사용에 따른 것으로 에어컨 가동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며“시민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정부는 제도를 개선하는 절충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류기자 wrchoi@kgib.co.kr
◇주민 입장
전기요금이 이렇게 많아 나올줄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전기요금으로 인해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특히 이는 한전측이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가운데 일방적으로 이 제도를 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때문에 적지않은 돈을 주고 장만한 에어콘은 장식용으로 전락한 가운데 낮에는 폭염, 그리고 밤에는 열대야와 씨름을 하고 있는 주민들은 한전측만을 원망하고 있다.
특히 한등끄기 운동을 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는 제품을 쓰더라도 냉방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요즘 아무리 아껴도 일반가정의 전기사용은 평균적으로 300kwh를 넘는다는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한전측이 시행하는 전기요금 누진제는 운영 적자를 이 누진제를 통해 메꿔보겠다는 장사속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누진제 폐지와 함께 현재의 여건상 폐지가 어렵다면 일단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누진제를 완화, 전기요금을 낮추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입장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11월부터 월 300kwh이상 전기를 쓰는 전력 과소비 가정에 대해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을 더 많이 부과하는 누진제를 적용한 것과 관련, 시민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지자 ‘누진제 기본틀은 유지하되 요금 규정을 보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한전측이 연구용역을 의뢰키로 한 것은 누진제를 완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기요금 체계에 대해 장기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즉 전력 최대수요 시기인 여름철 몇달을 위해 수조원의 발전 설비를 늘리기 보다는 에너지 소비절약을 유도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게 한전측의 공식 입장.
특히 누진요금을 완화할 경우 전력을 적게 사용한 서민층의 전기요금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측은 주민들에게 현행 요금체계를 이해할 것과 함께 누진요금은 에어컨 과다 사용으로 인해 적용되는 만큼 에어컨 사용을 줄여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냉방용품 가동이 본격화된 지금, 한전측의 이같은 당부에도 불구하고 각 가정의 전력 사용량은 급증하고 있고 에어컨 가동도 늘고 있어 전기요금 청구를 둘러싼 민원 폭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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