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우 국가차원의 재해와 재난은 대통령직속 전담기구인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관리한다. 미국 각 주에 10곳의 지부를 두고 있는 연방재난관리청은 재해·재난을 포함한 민방위 활동을 총괄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연방재난관리청도 재해 발생시 담당분야별로 업무를 관장하기는 우리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재해·재난대책 수립시 상부에 일일이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야 하는 우리와는 달리 담당부서가 전결권을 행사한다.
일본의 방재 관련 최고기구는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중앙방재회의로 한국과 비슷한데 1960년대부터 꾸준히 예방위주의 정책을 집행하여 왔다. 최근 들어서야 사후복구에서 사전예방 차원의 방재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우리와는 다르다. 그런데 재해·재난관리 체계가 전시사태·자연재해·인위재난으로 구분된 우리나라는 자연재해와 인위재난의 법적 체제 내용이 중복되고 업무가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어 일관된 정책 수립과
집행이 어렵다.
수해방지 대책의 경우 자연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대책법을 근간으로 기타 개별법에 의해 규정돼 있으나 자연재해대책법에는 행정자치부가, 농어업재해대책법에는 농림부와 해양수산부가 업무를 총괄토록 돼 있어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인위재난 관리도 마찬가지다. 재난완화 기능은 각 소관부처가, 재난준비 및 대응 기능은 행정자치부, 재난 후 복구 기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뤄지는 등 3원화 돼 있어 일괄된 재난관리를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자연재해는 홍수가 95% 이상을 차지했으나 재해유형이 과거에 비해 다양해졌다. 특히 올해는 1·2월에 2회에 걸쳐 30여년만의 폭설이 내렸고 5·6월에는 90여년만의 가뭄으로 또 최근에는 폭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렇게 재해는 날로 대형화·다양화 돼 가는데 예방·복구는 ‘중구난방’이라 눈·비가 조금만 와도 그야말로 난리가 일어나는 것이다. 거기다가 모호한 관련법 때문에 업무가 분산돼
있고‘영(令)’이 제대로 안서 허둥지둥대다 보면 재해민만 통곡을 하게 된다.
비록 늦기는 했지만 재해·재난의 종합적 관리를 위한 가칭 ‘국가재해·재난관리법’제정과 재해·재난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독립기구로 ‘국가재해관리청’신설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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