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때 출마가 거론되면서 이른바 ‘9룡’중 하나로 불리우던 이수성씨.
그런 그에게 한 기자가 “청렴하기로 소문난 학자께서 어떻게 정치를 생각했으며 그리고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냐”고 물었다.
그는 그때 당시의 정치판을 진흙에 비유하며 이렇게 답했다.
비록 내손은 이 진흙속에 빠져 더러워졌지만 내 손을 더럽게 한 이 진흙을 잘 다듬어 멋진 도자기 하나를 만들어 볼려고 한다고.
정치권에서 벌이는 싸움을 흔히들 이전투구(泥田鬪拘)라고 한다.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이다.
문제는 진흙탕 싸움은 하면 할수록 이기는 쪽이나 지는 쪽 모두 진흙만 더 묻게 되면서 모양새가 결코 좋지가 않다는 점이다.
정치권이 이 진흙탕 싸움을 또 다시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얼마전 있은 총재단 회의에서 ‘대통령 탄액소추 공론화’ 문제를 들고 나왔고, 발끈한 민주당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억원을 들여 친일 혐의를 받는 아버지 생가 복원을 추진중인데 이는 반민족 행위가 분명하다고 주장하며 이 총재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서로를 헐뜯는 이 과정에서 ‘집권욕에 사로 잡힌 쿠테타적 발상’ ‘시정잡배나 깡패세계’ ‘폭거’ ‘정신나간 소리’등 자질마저 의심케 하는 상식 이하의 망언들도 동원되고 있다.
계속되는 수해로 나라 곳곳은 물에 잠기는 등 엉망이 된 상태인데도….
그런 정치권이 따가운 비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정쟁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쟁 중재안을 놓고 충돌,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등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를 또 다시 보여주고 있다.
이수성씨를 만나게 된다면 묻고 싶다.
정치권의 이전투구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닐진데 그때 무슨 생각으로 그런 대답을 했는지를.
/최인진기자 ij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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