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전에서 홈쇼핑까지

서울 종로거리의 시전은 독점판매권을 지닌 일종의 이권이었다. 예를들면 입전은 비단, 싸전은 쌀을 독과점해 도·산매 했다. 어떤 상품이든 서울에 들어오면 일단 시전을 거쳐서 나갔다. 물론 많은 세금을 냈다. 시전에 속하는 상인이 낸 개별 점포를 방이라고 했다. 상점을 가리키는 전방이란 말은 시전의 전과 시전에 속한 방의 합성어다.

이러한 시전은 물론 제대로 된 건물에서 장사를 했으나 조선조말 서울 인구가 늘고 유통량이 많아지면서 가가(假家), 즉 임시건물을 지어 장사하는 곳이 많아졌다. 가게란 말은 가가에서 유래됐다. 구멍가게란 것이 있었다. 집에서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화 가게다. 영세자본이므로 기초 일용품에 아이들 과자 부스러기를 파는게 고작이었다. 주인은 가게 안방에 있으면서 창호지 문에 붙인 손바닥만한 유리조각을 통해 가게를 살피곤 했다.

한때 명예퇴직 바람이 불때 “그만두면 구멍가게나 하지!”하고 자조섞인 푸념을 더러 했지만 1970년대말 무렵에 구멍가게는 사라졌다. 물론 예전같은 구멍가게가 아니고 무슨 전방이든 장사를 해보겠다는 뜻이지만 잘되는 장사가 별로 있는 것같지 않다. 현대판 구멍가게라 할 동네 슈퍼마켓도 왠만해서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백화점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마구 들어서 이들의 자본공세에 경쟁이 안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대형 유통업체끼리의 경쟁이 불꽃튀는 실정이다. 백화점의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된 후 매상에 지장이 있다지만 대형 유통업체는 그래도 아직은 호황을 누린다.

그러나 조만간 홈쇼핑시대를 예고하고 있어 백화점 판매전략도 달라져야할 판이다. 컴퓨터를 통한 재택거래가 머지않아 이루어질 전망인 것이다. 문명의 발달은 이처럼 시류의 변천을 병행해 간다. 이바람에 밑천이 적은 사람은 뭘 해먹고 살기가 점점 어려워져 간다. 사람살기가 편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살기가 삭막해지는 것인지 도시 종잡기가 어렵다. 시전이 자취를 감춘지는 100년이 채 안된다. 앞으로 100년이 지나면 또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궁금하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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