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비를…

‘칠년대한에 비안오는 날 없다’는 옛말이 있다. 칠년이나 가물면 얼마나 큰 가뭄이겠는가. 이런가운데 감질만 난 비답지 않은 비는 날마다 뿌리며 가뭄은 계속되는 안타까움을 일컫는다.

요즘 날씨가 옛말을 생각케 한다. 가끔은 빗방울을 뿌리면서 벌써 넉달째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며칠전엔 불과 10mm도 못내린 비를 두고 ‘건조주의보’해제를 발표했다. 성급한 발표다. 해갈이란 보도는 더욱 성급했다. 예전 같으면 상감이 부덕을 탓하면서 기우제를 올려도 몇번을 올렸을 만큼 가뭄이 심각하다. 밭작물뿐만이 아니고 못자리 물조차 귀한판이다. 모내기를 앞두고 이토록 가물기는 근래 드문 일이다. 저수지 물도 한도가 있다. 저수지도 비가 와서 물을 채워가면서 써야지 있는 물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동두천은 단수다 제한급수다 하여 식수소동을 빚고 있다. 농사뿐만이 아니고 생활용수 마저 달려 아우성이다. 수돗물이 끊기면 식수난도 식수난이지만 화장실이 엉망이 된다. 열심히 살아가는 민초들에게 왜 가뭄의 재앙을 내리는지 원망스럽다. 원망스럽긴 하지만 역시 자연의 섭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곧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도 없다. 예보가 빗나가는 자연의 변화를 기대하고 싶다. 아니 빌고싶다. 하늘이 인간의 오만을 응징하는 것은 좋지만 죄있는 사람보다 죄없는 사람들이 더 심한 고통을 받는다. 그들에게 내릴 벌은 따로 내리고 제발 허벅진 비를 주십사하고 빌고싶다. 죄많은 사람은 그래도 잘사는 판에 왜 죄없는 민초만 어렵게 만드느냐고 빌고싶다. 봄비를 맛보지 못한채 봄을 넘기는 대지를 지금이라도 흥건하게 적셔주십사 하고 빌고싶다.

가뭄이 심할땐 구름이 가리기만 해도 한결 낫다고는 한다. 구름이 가리는 것보단 감질난 빗방울이 그래도 더 나을진 모르겠다. 하지만 비 안오는 날 없는 칠년대한 처럼 가뭄이 더 오래갈 조짐이 아닌가 하여 걱정된다. 제발 비좀 내리게 해주옵소서. 민초들만이라도 마음속의 기우제를 올리자.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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