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이면 철쭉, 모가, 매실 등의 꽃 향기가 아파트 방문객을 반기는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 백송마을 5단지.
지난 92년 8월 입주, 현재 786가구 3천500여명이 오순도순 살고있는 이 아파트를 방문하는 주민들은 “마치 거대한 숲속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고 첫 느낌을 말한다.
지난 7일 오후 3시30분께 단지내 새마을 사랑방.
고사리 같은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어린이들과 문학서적을 읽는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곳에 비치된 교양, 참고서, 전집 등 각종 서적만도 6천여권. 모두 입주민들이 기증한 것이다. 연간 1천여권이 대출될 정도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김은재양(16·정발고 1년)은 “방과후 교양서적을 읽기위해 자주 이용한다”며 “인근 아파트에 사는 반친구들도 무척 부러워 한다” 자랑했다.
관리실 1층 노인정에는자전거, 허리돌리기 등 헬스기구 4대가 설치돼 있다. 이역시 주민들이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아낌없이 기증한 것이다.
이 아파트 주민들의 공동체 가꾸기 노력흔적은 아파트 곳곳에서 발견된다.
각 동입구의 경계석을 낮춰 지체 장애인과 유모차가 자유스럽게 통행하도록 했고 후문의 돌계단을 치우고 경사로를 새로 만들어 자전거, 손수레 등의 출입이 자유롭게 만들었다.
백송5단지가 이렇게 활기찬 공동체가 된것은 입주 2년이 지난 94 입주자 대표들이 하자보수문제에만 매달리지 말고 보다 좋은 아파트를 만드는 일을 추진하기로 결의하면서 시작됐다.
이에따라 입주민간 ▲만날때 마다 서로 인사하기 ▲이름 알고 지내기 ▲경조사 챙겨주기 ▲이웃간 차나누기 등 작은일부터 실천했다. 주민들의 이같은 노력으로 삭막했던 아파트는 하루하루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웃사촌이 있고 따뜻한 정이 흐르는 삶의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아줌마부대(?)인 부녀회는 재활용품 분리수거, 알뜰시장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노인정과 기계·전기실 직원들에게 김장김치 등 각종 밑반찬을 만들어 주는 등 주민 내조를 톡톡히 하고있다. 더욱이 환경보호를 위해 수은 건전지, 토기·사기류 등을 3개월에 한번씩 별도로 수거한다.
특히 다른 아파트에서는 찾아볼 수없는 전문가들로 이뤄진 입주자 대표회는 단연 돋보인다.
안전진단에만 20여년 근무한 오승환 회장을 비롯, 항공기 분야 전문기술자인 최영수 총무이사, 아파트 관리전문 박기용 기술이사, 회계분야 종사자인 이덕주·김기호 감사 등이 사심없이 활동, 아파트 관리비 절감에 앞장서고있다.
입주자 대표회는 매월 부녀회, 통·반장, 관리사무소와 합동회의를 갖고 모든 문제점을 그때 그때 논의, 그 결과를 게시판을 통해 알림으로써 주민간의 갈등이나 오해를 불식시켰다.
여기에 아파트 위탁관리회사인 율산개발(주)는 입주민들을 위해 토탈서비스 개념을 도입하는 등 주민들의 정나누기에 동참했다.
토탈서비스란 관리사무소에서 입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평소 형광전구 등 각종 전기제품 등을 싼 값에 구입했다가 입주민의 요청이 있을때 24시간 언제든지 실비로 교체 또는 보수를 해준다. 더욱이 입주민들은 인터폰 1통화로 모든 생활 불편을 해결하고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기 제품을 구입해 가계에도 보탬이 된다. 이같은 토탈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800여만원의 이익을 창출, 관리비 절감에 한몫했으며 관리실 일부 부서의 통폐합을 통해 년간 2천여만원을 줄였다. 특히 순찰차를 이용한 방범활동으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부러움까지 사고있다.
입주자대표 오승환회장은 “올해안에 아파트 홈페이지를 제작, 전주민이 참여하는 열린 사이버고공간을 만들 것”이라며 “단지내 헬스장을 마련 이웃의 정을 더욱 돈독히 할 수있도록 꾸밀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창학기자 c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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