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이슈>접경지역 수정법 제외 논란

최근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동두천, 김포, 파주, 고양, 연천, 포천, 양주 등 7개 시·군 주민들이 이달초부터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접경지역지원법 적용지역을 수도권 규제 범위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것이 이들 지역 주민들이 서명운동에 나선 이유다.

남북 화해와 통일의 시대에 정부가 그동안 ‘분단’이란 올가미로 인해 낙후성을 면치 못하는 접경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접경지역지원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북부지역 주민들은 이 법의 시행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접경지역지원법 시행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살펴본다.

◇경기북부지역의 낙후성

“이제 더 이상 살수가 없습니다. 살기 위해서라면 고향을 등질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연천군 한 주민의 호소다.

연천지역 주민을 만나 ‘살기 좋습니까’라고 묻는 다면 100명중 100명 모두 이같이 답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각종 규제탓 때문이다.

연천지역에 적용되는 규제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법, 개발제한구역법 등 각종 굵직한 규제들은 몽땅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집을 한채 짖더라도 군사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공장하나를 유치하려고 해도 총량제에 묶이고 군사동의를 얻어야 하며 환경법에 저촉받아 공장을 짖겠다는 사람들이 기피한다.

그렇다고 농사를 마음대로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민통선 안의 논의 경우 출입통제를 받고 있고 한해 수확한 벼를 말리려고 하면 군사작전이란 명분으로 탱크들이 벼를 짖밟고 다녀도 한마디 호소할 때가 없다.

이처럼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정주여건이 열악해지자 연천지역 주민들이 떠나고 있다. 연천군 인구수는 지난 80년 6만7천여명에서 오히려 4만9천명으로 줄었고 6·25 전쟁이후 5만3천여명이던 인구보다도 현재 적다.

이는 연천지역만의 상황이 아니다. 접경지역으로 불리는 경기북부지역 시·군들의 총제적인 상황이다.

북부지역의 낙후성을 수치적으로 살펴보면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지난 98년 현재 580만원으로 전국 평균의 61%에 불과하고 80년부터 99년까지 고속도로 및 국도신설은 256㎞로 전국의 5.1%, 경기도 전체의 6.2%이다.

또 국도건설 1인당 지원액도 8만7천원으로 경기도 평균의 56%에 그치고 있고 국가산업단지 조성면적도 2개소(18만9천㎡)로 전국 32개소(1천315만4천㎡)의 6.25%에 불과하다.

인구밀도도 경기북부지역은 1㎢당 168명으로 수도권의 1천857명에 10%도 안되고 300명 이상 사업체도 접경지역은 5개소인 반면 수도권 전체는 1천283개소에 달하는 등 상대적 낙후성을 면치 못할 뿐 아니라 황폐화되고 있다.

◇접경지역지원법 제정

정부는 남북협력과 북방진출의 거점지역으로 접경지역을 활용하기 위해 그동안 낙후성을 면치 못하는 접경지역 발전을 위해 지난해 1월 접경지역지원법을 제정했다.

접경지역지원법 적용대상은 경기도의 경우 7개 시·군 46개 읍·면·동이고 인천지역의 경우 2개 시·군 17개 읍·면이다.

접경지역지원법이 제정됨에 따라 해당 시·도에서는 접경지역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행자부가 해당 시·도계획을 종합해 접경지역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받아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는 접경지역계획 수립을 위해 오는 6월말까지 경기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도가 수립중인 접경지역계획은 오는 2010년을 목표로 ▲토지이용 및 활용방안 ▲접경지역 관리권역 설정 및 관리방안 ▲환경보전의 합리적인 관리방안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확충방안 ▲산업기반시설확충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정주생활환경 개선방안 ▲남북교류 및 통일기반 조성 등과 지역별 전략사업 등을 담을 예정이다.

◇접경지역지원법과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상충

그러나 이같은 접경지역계획이 수립된다고 해도 경기·인천지역은 상위법인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사실상 계획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다.

접경지역 대부분이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성장관리권역으로 지정돼 있고 접경지역지원에 관한 법률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우선 적용되도록 법 제정(접경지역지원법 제3조)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접경지역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경기·인천시가 수립한 접경지종합계획이 심의·확정되기 위해서는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대상에 대해 우선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얻어 접경지역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해야 한다.

이 때 접경지역에 회사을 설립하거나 공장을 신·증축하기 위해서는 공장건축총량제를 초과할 수 없다.

또 접경지역내 공장을 이전할 경우 조세관련법률상 세제지원을 받도록 접경지역지원법에 규정해 놓은 반면 조세제한특례법으로 수도권의 공장 및 법인 본사 등이 타 지역으로 이전시 조세지원을 하도록 규정, 상호위배적인 법률로 인해 공장유치가 어려운 상태다.

더욱이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의 숙원인 대학설립의 경우 접경지역지원법에는 유치를 가능하도록 해 놓고도 수정법에 이를 규제하고 있어 대학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처럼 상충된 법적용으로 인해 50년만에 접경지역의 발전을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됐지만 현실적으로는 법 적용을 가로막고 있자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수정법 개정을

접경지역은 저렴한 지가, 수도 서울 및 인천국제공항과의 근접성, 넓은 개발가용용지, 다양한 관광자원 등 지역발전의 잠재요소가 풍부하다.

특히 통일시대 남북교류의 거점지이자 배후도시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지역이다.

낙후된 지역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비수도권지역보다 낙후된 경기북부지역의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특례법을 적용하기 보다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적용대상에서 접경지역을 제외시켜 접경지역지원법으로 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접경지역을 수도권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킨다면 물론 비수도권의 반발을 가져 올 수 는 있지만 장기적인 국토발전측면에서 이를 신중히 검토하고 밀고 나가는 추진력도 필요한 때다.

연천군의회 이연구 의장(51)은 “북부지역의 균형발전은 곧 국가발전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며 “통일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수정법의 개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유재명,배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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