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나 주연을 받쳐주는 조연이 있다. 조연이지만 사실상의 주연인 경우가 또있다. 예컨데 첩보영화 숀 코네리의 ‘제임스본드 007’시리즈에선 극중의 본드를 받쳐주는 조연은 그를 둘러싼 미모의 여성들이다. ‘본드걸’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K1TV 드라마 ‘태조왕건’에서 궁예(김영철 분)는 왕건(최수종 분)을 받혀주는 조연이지만 114회를 방영하는 동안 사실상의 주연이었다. 김영철의 뛰어난 연기가 최수종의 왕건역을 돋보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오는 5월 20일 120회에서 궁예의 최후를 맞는 김영철은 중후한 연기력으로 브라운관을 리얼하게 가득 채우며 시청자를 압도해 왔다. 삭발한 머리에 핏대를 세우는 폭군역을 보면서 많은 시청자들은 강한 인상을 받았겠지만 실은 마음이 무척 여린 사람이다.
15전년이던가. 전도가 유망했던 여대생 탤런트 박모양이 갑자기 숨졌다. 가수겸업을 선언, 콘서트를 가진 데뷔무대에서 공연을 다 마치자 마자 쓰러져 병원에 옮겼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전에 무슨 주간 드라마에서 그녀와 커플이 되어 연기를 같이했던 김영철은 빈소를 찾아 분향했다. 꽤 오래동안 자리를 지키며 요절한 후배의 명복을 빌었다. 그자리에서다. 고인의 아버지가 김영철더러 “자네…”라며 극중이었으나 사위같은 생각이 든다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딸의 죽음이 가슴 아파서이겠지만 실례라면 큰 실례가 될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김영철은 조금도 내색않고 “그러시겠지요…”하면서 극진히 위로하는 것을 볼수 있었다. 우직한 성격대로 열심히 사는 40대 후반의 그는 얼마전에 경마를 사 마주가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부인 이문희씨 역시 탤런트 였으나 결혼후 거의 출연을 않고 있다. 걸핏하면 말많은 연예계서 아뭇소리 없이 맡은 일에 충실한 모범가장이다.
강한 이미지를 강하게 남긴 연기자 김영철, 그의 연기변신이 앞으로 또 어떻게 펼쳐보일 것인지 주목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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