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속아준 셈이 되었지만 1998년 6월4일 지방선거에서 각종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던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유권자를 우롱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점점 불쾌해 진다. 선거 당시 터진 봇물처럼 쏟아놓은 각종 공약이 임기말이 다가오자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꼬리를 감추고 있는 모습도 괘씸해 진다.이는 물론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경기도의 경우 지방선거 당시 도내 기초단체장들이 내세운 공약은 총 1천8건으로 이를 이행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도본청 1년 예산의 무려 7배가 되는 30조7천200여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경기지역 자치단체장들은 대부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제대로 손도 대지 못한 채 임기를 마쳐가고 있다.
S시 K시장은 실직자들을 위해 50억원의 ‘실직자지원기금’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었다. 하지만 시장취임 후 3년이 지나도록 한푼의 기금도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K시장의 이같은 실직자기금조성사업은 정부의 기금관리기본법에 따라 선거공약으로 제시하지 못하도록 규정된 사항이지만 당시 법적 검토가 부족한 가운데 ‘뜬구름 잡기식’으로 내세워진 탓이다. 결국 이 사업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으로 판정돼 지난해 무시됐다.
인천광역시장은 송도매립지에 민간이 주도하는 미디어밸리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으나 계약이 실패로 돌아가자 시가 주도하는 지식정보화 산업단지로 변경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딱하기도 하다.
공약 미이행 사례는 외화내빈형, 용두사미형, 수수방관형 등 가지각색이다. 타시도의 경우지만 고건 서울시장은 충치예방을 위해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1998년 가진 공청회에서 찬반양론이 분분하자 무기한 보류했다. 유종근 전북도지사는 1995년 군산시 폐염전에 자동차경주대회를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가 지난달 백지화했다. 이러한 공약미이행이 문제가 되는 것은 예산확보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공약사업을 무리하게 추진, 지방재정의 파탄을 초래하는 등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역기능까지 나타나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상당수의 자치단체장들이 내년 선거에 대비해 선심성 사업을 또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차기 지방선거에서는 사전에 후보의 공약에 대해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되겠다. 아니면 ‘유권자 우롱죄 ’라도 제정해 후일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냥 한번 해보는 말이
아니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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