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에 대한 소회(所懷)

동양철학에서 온 세상의 만물이 생성되는 근원을 태극(太極)으로 이르고 있다. 태극기는 흰 바탕에 태극을 중심으로 네 귀에 검은색으로 건(乾)·곤(坤)·감(坎)·이(離)의 괘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국기다.

국기는 국가와 국민을 대내·외적으로 상징하는 표본이다. 언제부턴가 기상에 관계없이 관청이나 공공기관 건물에는 365일 내내 태극기가 게양되고 있다. 눈비를 맞아도 강풍이 불어도 태극기는 이같은 악조건에 시달리며 사시사철 매달려 있다.

정부는 지난 96년 12월27일 기존의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을 개정·공포(대통령령 제15182호)한데 이어 이듬해 1월1일부터 일선 시·도를 비롯한 지자체와 관공서에 태극기의 연중게양을 권장했다.

태극기를 국민과 가까이 해 민족정체성을 확립하고 태극기를 사랑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에서 일출시 달고 일몰시 뗐던 태극기 관리가 연중무휴(?) 게양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권장한 태극기 관리에 몇가지 문제점과 실책이 배어 있다고 지적한다.

에너지절약 등 경쟁력 10%이상 높이기운동이 정부의 주요시책으로 펼쳐지는 마당에 밤에 태극기가 잘 보일 수 있도록 조명시설을 설치할 것을 이 지침은 권고하고 있다.

탈색이나 오·훼손 방지를 위해 특수천 및 가공방법 등의 연구, 개발과 함께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지침은 제시하고 있지만 도처에 내걸린 태극기는 비바람과 먼지 등 공해에 찌들어 병들고 있다.

거리를 가던 국민들이 태극기 하강식에 맞춰 잠시나마 경건한 마음으로 가슴에 손을얹고 국가와 국민을 떠올리던 모습이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에 와서 그리워지는 이유는 왜일까.

/조윤장기자 <제2사회부 오산> yj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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