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과 부시

영화를 좋아하는 김정일위원장이 만약 다른 길을 택했다면 영화감독이 됐을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건배를 단숨에 쭉 들이키고 사인을 크게 갈겨쓰는 성격에서 그런 기질을 발견할수 있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도 꽤나 호탕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난봉꾼 노릇도 하고 석유사업을 한답시고 돈도 많이 버렸다. 텍사스주지사가 되기전까지는 아버지 부시의 속을 적잖게 썩였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김위원장과 부시대통령의 두사람 성격은 좀 비슷한데가 있다. 성격이 비슷한 두사람 사이의 이해를 돕기위해 김대중대통령은 미국방문에서 무던히도 애썼다. 김대통령에 대한 부시의 ‘디스 맨’(this man) 호칭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어느 중앙지의 워싱턴발 보도내용이다. 지난 8일 한미정상회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부시가 김대통령을 그렇게 호칭했다는 것이다. ‘국가원수를 비하 했다’는 것과 ‘친근감을 나타낸것’이라는 두가지 관점이 있다. 친근감으로 보는 관점은 ‘부시가 대화도중 몇차례 김대통령의 팔을 붙잡는 등 친근감 있게 얘기를 이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워싱턴발 보도는 ‘디스 맨’을 ‘이 양반’이라고 의역했지만 직역하면 ‘이 사람’이다. 미국에서는 양반이란 어휘가 있을수 없으니 전자보단 후자가 더 맞지 않은가 생각된다. 우리가 강대국 같으면 감히 그럴수 있겠는가를 생각케 한다. 고깝게 생각하자면 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격식을 파탈하는 친근감의 표시로 보고싶다.

남북정상회담과 신문사사장단 방북 보도의 텔레비전 화면에서 김정일위원장의 말이나 제스처에 종잡기가 어려울 만큼 심한 파탈을 볼수가 있었다. 이는 어떤 속셈이 의도된 작위일수 있지만 성격이 걸맞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해보일수 없기는 김위원장이나 부시대통령이나 다 마찬가지다.

북·미간에 불신의 골이 깊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성격이 비슷한 두사람간에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길이 빨리 트이면 좋겠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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