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

울화병의 준말인 화병(火病)은 우리나라에서만 볼수 있는 독특한 정신질환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분노를 억제하는 것은 한국적 정서인 한(恨)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화병은 1995년미국정신의학회에서 ‘한국민속증후군’이란 학술용어로 정식 규정된 바 있다.

화병의 근본원인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이다. 예부터 ‘화병으로 죽었다’는 말이 전해 오듯 치료하지 않은 만성적 화병은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절대 예사로 넘기면 안되는 병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분노·불면·심한 피로감, 우을증, 소화불량, 식욕부진,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인데 특히 가슴 속에 화(火)를 담아두고 사는 사람이 화병에 걸린다고 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는 KBS TV 역사드라마 ‘태조 왕건’에 등장하는 궁예의 질환도 화병이라고 한다. 갑자기 가슴에 통징을 느끼며 독주로 견뎌 궁예의 병을 내는 정신분열증 같기도 하며 또 협심증이나 심부전 등의 심장질환을 연상케 하지만 한국적인 정서와 밀접한 질병인 ‘화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제국의 꿈을 이루려는 궁예의 꿈은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그로인한 좌절과 불안은 폭음과 함께 소위 ‘관심법’을 써서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화병은 현대인들에게도 많이 발병하는 질환중 하나이다. 퇴출 등 은행대출빚에 경제위기로 인해 늘 불안에 떨고 있는 직장인, 신용카드나 밤낮없이 시달리는 서민들, 남편이나 시부모와의 갈등에 부대끼는 여성들,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수험생, 직장상사와의 마찰에 고민하는 사원 등 복잡한 사회구조와 생존경쟁 속을 헤쳐나가는 사람들은 모두다 화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긍정적 사고를 갖고 화(禍)를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등이 화병예방수칙 이라고 하지만 화병 환자들은 점점 늘어난다.

이나라 정치가 그렇고 실직자가 늘어나는 사회가 모두 화병의 근원이다. 나만 잘났다고 큰소리 치는 경거망언도 남에게 화병을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병에 걸리는 사람들도 대개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기 보다는 억제하는 성향이 강하고 체면이나 가문, 전통, 규범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참는 것도 병이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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