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화재의 참사

우리는 생전의 그들 노고에 얼마나 합당한 대우를 해주었는가 생각해 본다. 사선을 넘나드는 위험수당이란게 고작 월 2만원이다. 지난 4일 서울 홍제동 화재에 인명을 구하려다가 집이 무너져 순직한 박동규소방장(46) 등 6명에 대한 영결식이 서울소방방재본부葬으로 오늘 치러진다. 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위험을 돌보지 않은 분들이다. 아들 이름을 부르다가 실신한 늙은 아버지, 병든

어머니를 돌보느라고 노총각이 된 아들, 박봉에 어렵게 살면서도 직무에 묵묵히 충실했던 고인들의 눈시울 붉히는 사연 또한 가지가지다. 1계급 특진과 훈장이 추서되고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마땅히 그래야 하지만 그것으로 고인의 넋을 달랠수 있을는지, 유족들은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걱정이다.

하루보통 14시간 근무에 10회 출동하는 고된 일과속에 작년 한해만도 100여명이 순직하거나 부상했다. 지난 5년동안 38명이 숨지고 735명이 다쳤다. 소방사상 초유의 최대순직을 낸 이번 화재사건을 계기로 소방공무원들에 대한 안전대책이 좀더 강화되면 좋겠다. 정부가 당장 처우는 개선해주진 못할지언정 위험으로부터 최대한 보호해줄 의무는 있다. 무전기가 달린 헬멧, 방열복, 방수복같은 개인장비 보강이 시급하다.

지난 4일 또 발생한 서울 세곡동 화훼단지 이일행씨(59) 비닐하우스 화재로 3대 일가족 10명이 숨진 참사역시 심히 안타깝다. IMF사태로 사업을 실패해 화훼재배로 마지막 재기를 노리며 집이 없어 비닐하우스에서 살다가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가족중엔 백일을 갓지난 아기까지 희생됐으니 정말 참담한 일이다.

지난 일요일에 일어난 두 화재 사건의 집단희생은 인명의 소중함을 새삼 생각케 해준다. 삭막한 생활을 허겁지겁 살다보니 어디서 사람이 다쳤다고 해도 신경이 많이 무디어 지긴 했지만 사람사는 사회는 인명을 존중할줄 알아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인간사회다. 서로 인명을 소중히 아는 인간사회가 사람다운 삶이라 할 것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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