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박사

박사학위를 따는 데 걸리는 기간은 남자가 62개월, 여자 65.7개월로 여자가 더 길다고 한다. 박사취득에 든 등록금, 책값, 논문심사비 등 직접 경비는 평균 2천422만원, 생활비는 4천439만원, 여기에 공부하느라 취업을 유보한 기회비용과 생활비 등을 합치면 1억4천만원 이상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박사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의뢰해 조사한 ‘여성고급 인적자원의 활용실태 및 개선 방안’보고서를 보면 ‘박사님들 세계’에서도 성차별이 나타난다.

1980년 한해 동안 배출된 여자박사는 50명이었는데 2000년에는 1천503명으로 30배 늘었다. 또 2000년 국내파 여자박사는 20년 전에 비해 52배로 증가했다. 여자박사의 연평균 증가율은 22%로 11%인 남자박사의 2배에 이르고 있다.

남자박사는 1980년 780명에서 2000년 5천661명으로 7.3배 늘었고 국내박사는 8배 증가했다. 1945년 8·15 이후에 배출된 박사는 모두 9만여명이고 이 가운데 여자박사는 1만2천500여명으로 13.7%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여성들의 ‘고급두뇌’가 탄생하는 현상은 좋지만 문제는 ‘취업’이다. 여자박사의 취업현황은 대학교수(42.5%), 개업 등 자영업(11.5%), 연구소(3%) 등의 순이며 40%인 5천여명이 시간강사 등으로 불완전 취업했거나 취업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최근 고사위기에 처한 인문 사회분야 전공자가 37.7%나 되지만 수요는 계속 줄어 취업난이 가증되고 있다. 여자교수는 한해 340명 정도 채용되는데 매년 640명의 박사가 배출돼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흡수되지 못한 박사들이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박사의 연평균 소득도 너무 적다. 남자 2천668만원, 여자 1천620만원이며 시간강사의 소득은 남자 956만원, 여자 866만원으로 월수입이 70만∼8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안이라는 것도 난감하다 대학의 전임교원 수를 늘리고 대학 재정지원 평가 때 ‘성평등 교수고용 우수 대학’에 가산점을 줘 여자박사의 과도한 실업난을 완화토록 요청하는 정도다.

강사료 현실화와 함께 기초연구소 증설, 민간업체 취업확대 등도 필요하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박사라는 최고 석학들이 이렇게 푸대접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래서 한국의 박사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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