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출신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신작 ‘초콜렛’은 제목만큼이나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영화다.
초콜릿 맛을 소재로 삼아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한편의 우화 또는 동화같은 작품으로, ‘따뜻한’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있다.
100년간 변화라곤 모른 채 침체돼 있던 프랑스의 어느 시골마을에 북풍(北風)과 함께 날아든 신비의 여인 비엔나(줄리엣 비노시)와 그의 어린딸은 곧 ‘이상한’ 가게를 연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이 지금까지 한번도 맛본 적 없는 초콜릿을 그 가게에서 만들기 시작하고, 이로 인해 그동안 죽은 듯 조용하기만 했던 마을은 술렁댄다. 초콜릿 맛을 본 사람들은 마치 홀리기라도 한 듯 가게로 몰려들고, 엄격한 보수주의자인
마을시장은 그럴 수록 그녀를 악을 퍼뜨리는 악녀로 몰아세우며 쫓아낼 궁리에 열중한다.
이 두 사람간의 갈등은 잠시 고조되는 듯 하지만 ‘초콜릿없이는 못살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시골마을의 민심은 이내 비엔나쪽으로 기울고 만다.
이렇듯 두편으로 나뉘어 티격태격하는 사이 배를 타고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다 찾아든 집시 남자 루(조니 뎁)는 냉대하는 마을 사람들과 달리 따뜻하게 맞아주는 비엔나와 사랑에 빠진다.
금욕과 전통을 강요하는 마을시장과 자유와 변화를 추구하는 비엔나의 대립각이 너무나 분명해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해 보이기도 하지만 섬세하면서도 코믹한 상황처리로 관객들의 눈길을 끈질기게 붙들어 맨다는 것이 강점.
지난 85년부터 할리우드로 건너가 ‘개같은 내인생’으로 입지를 굳힌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여전히 인물 심리 묘사 등에 치중하는 유럽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한 걸까. 부드러우면서도 잔잔하게 인물들의 심리변화를 훑어가는 스크린은 삶의 의미와 사랑과 관용의 힘을 되돌아보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며, 오는 3월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각본상 등 5개부문 후보로 올라있다.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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