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경기이슈>지방선거 조기실시 공론화

제3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의 조기실시가 중앙정치권에서 공론화되면서 지방정치권이나 행정가는 대체적으로 조기실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행정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않게 제기하고 있어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중앙정치권은 내년 6월17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그대로 시행할 경우 월드컵기간과 맞물려 두가지 국가적 행사를 치르기가 재정이나 행정상 버겁고 더구나 투표율도 극히 낮아질 것이 우려된다며 조기실시를 기정사실화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 최소한 3개월정도 앞당겨진 2001년 3월말이나 4월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지방선거 조기실시가 공론화되면서 벌써부터 지역정가는 각당별로 조직을 점검하고 후보군을 물색하는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자타천으로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들의 행보도 빨라지는등 조기과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특히 지방행정가에서는 중앙정치권의 논의내용대로 3월이나 4월초에 지방선거가 조기 실시될 경우,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이 불가피하나 당선자와 현직자가 동시에 공존하는 기간이 최소한 3개월 이상돼 지방행정의 누수가 불가피하다며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공직사회는 당선자 인수팀이 구성됨에 따라 줄서기가 만연할 수 밖에 없고 행정도 이중적으로 수행해야 하는등 행정낭비적 요인도 적지않은 만큼 이에대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 사이에서는 조기선거 실시가 정치권에서의 우려처럼 투표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선거 조기실시는 6·25나 IMF와 같은 국난을 극복한 국민적 역량을 정치권이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직접 선거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정치적 불신도 조기실시를 협의하는 정치권에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주민들은 현재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속에서도 국가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월드컵이야 수용한다손 치더라도 심화되고 있는 정치불신속에 여야간의 아귀타툼이 자명한 선거를 곱지않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같은 인식으로 인해 정치권의 우려와는 달리 정치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선거일정을 앞당기거나 정상적으로 치루거나 투표율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조기실시론이 아닌 연기론도 대두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일부 중앙정치권 인사들은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방선거 일정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 차라리 조기실시가 아닌 연기를 통해 12월19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할 경우, 선거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각계 의견을 수렴,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조기실시 논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중앙정치권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이면서 정치개혁특위 민주당 간사인 원유철 의원(평택갑)은 “아직 당론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세계적, 국민적 축제인 월드컵 기간에 외국인들에게 국론분열상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조기실시론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원 의원은 이어 “일부에서는 전임자와 후임자간의 갈등 등을 들어 행정공백을 우려하고 있으나 이는 지방자치법 등의 개정을 통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보며 그에 따른 국민의식도 성숙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목요상 정책위의장(동두천·양주)은 “원칙적으로 (조시실시론에)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여당이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불손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일각에서는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아예 선거일을 늦춰 대선과 함께 선거를 실시해 과도한 선거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함게 고려해볼 만하다”며 ‘조기실시론’이 아닌 ‘연기론’을 펼쳐 주목되고 있다.

▲지방정치권

조기실시에 대해 보편적으로 타당하다는 입장이지만 행정·정치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기춘 경기도의회 민주당 대표는 선거일을 앞당기겠다는 중앙정치권의 협의는 국가적 대사를 앞둔 시점에서 옳은 판단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선거와 월드컵이라는 두가지 대사의 열기를 하나로 묶어내는 정치권의 노력이 동반돼야 하며 일부에서 지적되고 있는 당선자와 현직자간의 공존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대처방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노시범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대표도 국가대사를 위해 조기실시는 바람직하나 그전에 행정공백이나 지방정치 공백을 방지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당선자가 나오게 되면 현직자의 행정공백이 가속화되는 것을 그동안의 선거를 통해 확인했던 만큼 지방의원이나 기초자치단체장은 현직을 갖고 출마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행정기관

조기실시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국민적 합의에 의해 정치권에서 논의하면 그에 따르겠다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특히 행정자치부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현 단체장 낙선시 임기개시일까지의 행정공백이 길어져 오히려 월드컵 준비에 소홀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자부는 이어 “비록 (월드컵이) 국가적 행사일지라도 월드컵 개최 10개도시가 문제로 전국선거의 선거일을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며 “가능하면 정해진 정치일정에 의해 선거를 치르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자치단체장

지방자치단체들의 의견은 서로 상충되고 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인 김병량 성남시장은 “월드컵은 국가적인 대사로서 지방선거를 앞당기는 것은 찬성한다”며 “그러나 중앙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3월 실시는 행정공백의 우려가 큰 만큼 월드컵 기간만 피해 실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소속의 우호태 화성군수는 지방선거 조기실시 공론화는 IMF와 같은 국난도 금모으기운동 등으로 극복한 국민의 역량을 무시하는 것으로 정상 일정대로 실시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군수는 특히 조기선거로 인해 당선자와 현직자간의 중복기간이 길어지면서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지못할 경우, 피해는 주민만 보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관위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방선거가 조기에 실시되더라도 선거업무를 수행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만큼 조기실시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가 조기에 실시되면 그동안 마련해온 선거일정을 앞당겨지는 일정에 맞춰 수행하는 만큼 별도의 대책은 필요치 않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선거일을 결정하려면 빨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선거일이 날자에 입박해서 결정되게 되면 아무래도 자원봉사자 등 선거관리인력 보강이 어렵고 입후보자에 대한 자료취합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선거일은 정해놓고 정작 선거구나 선거방식에 따른 법개정이 늦춰지면 자칫 선거업무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민

회사원 이순영씨(40·수원시 권선구 구운동)는 지방선거 실시시기에 대한 정치권의 협의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 국가적 위기상황을 초래한 정치권이 위기극복보다는 오히려 국론을 또다시 분열시키는 정치일정에 조급하게 나서고 있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이다.

지방선거일정은 이미 합의된 사항인 만큼 일정대로 추진하고 지금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치권이 자기개혁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이다.

회사원 이종수씨(33·수원시 장안구 조원동)는 “설 연휴 기간의 민심이 경제살리기였다는데 경제살리기 정책은 논의하지 않고 시장·군수들과 편가르기 싸움을 왜 하려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으며, 자영업자 조기형씨(32·용인시 기흥읍 신갈리)는 “월드컵 기간중에 선거를 하는 것은 자칫 불법·타락선거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며 “앞당겨 실시하던지 월드컵이 끝나고 하던지를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제안했다.

/정일형·이재규기자 ihju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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