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초로 예상되는 제2의 실업대란은 IMF때 보다 더 추울 것이다. IMF 실업자의 경우는 그래도 명예퇴직금과 위로금 등 목돈을 챙길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부실기업의 퇴출과 구조 조정 과정에서 밀려 나왔기 때문에 퇴직금조차 제대로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IMF 당시에는 연 30%에 육박하는 고금리덕에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현재는 금리가 7∼8%에 불과하다.
정부지원도 형편없이 빈약하다. 공공근로사업의 경우 1999년 2조5천900억여원에서 6천억여원으로 깎였다. 고용보험기금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실업대책 예산도 작년 5조2천947억원에서 내년에는 3조1천678억원 가량으로 줄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번 실직자들의 경우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장기 실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IMF 실업은 경기적 요인이 강했던 탓에 경기가 호전되면서 실직자들도 빠르게 고용시장에 흡수됐지만 이번은 성격이 다르다. 경기가 다소 좋아지더라도 40대 이상의 실직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40대의 경우 새로운 직업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실업은 장기 실업가능성이 큰
구조적 실업이다.
도대체 우리 사회가 왜? 무엇 때문에 또 누구 때문에 이렇게 참담해지는가. 그런데도 위정자들은 내탓이라고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모두가 남의 탓이라고만 한다.
3천154명을 감축한다는 사형선고와 같은 통보를 받은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7천여명의 생산직 근로자들을 비롯한 전국의 수많은 직장인들의 서러움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실업자가 될 가장의 식구들은 지금 또 얼마나 가슴을 졸이고 있을 것인가. 아무 걱정없이 동면하여 겨울을 날 수 있는 개구리나 뱀이 부럽다는 어느 가난한 월급쟁이의 탄식이 이 연말을 더욱 춥게 만든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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