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사 캐럴

전파사란게 있었다. 길거리음악을 들려주던 이 옛 명물이 없어진 것이 언제부터였던가. 아마 1970년대 중반무렵이 아닌가 싶다. 텔레비전 수상기 보급이 대중화되면서 사양화했던 것 같다.

전파사란 그무렵 최고의 오디오라 할 전축과 전축판을 파는 점포를 말한다. 아침에 개점하면 저녁에 폐점할때까지 확성기를 길에 대고 전축을 계속 틀어댔다. 물론 상점선전을 하기 위한 것이지만 길거리음악의 통념으로 별 거부감없이 사회에 인식됐었다.

음악이라야 유행가(가요) 일색이었으나 신곡을 뜨게 하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바람에 음반회사마다 섭외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때가 되면 으레 비상업적으로 봉사하던 노래가 있었다. 해마다 12월 초순이면 벌써 크리스마스 캐럴을 울려 크리스마스를 전파사 음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징글벨 징글벨 방울 울리며…’하는 징글벨송 등을 듣는 행인들은 저마다 성탄절과 세모의 각별한 정서에 젖곤하였다.

기독교 교인은 더 말할것 없겠지만 교인이 아니더라도 캐럴송은 경건한 마음을 갖게 하곤 한다. 올핸 크리스마스 캐럴을 별로 듣지 못한 가운데 넘어가는 것 같아 어쩐지 좀 허전하다. 경제(살기)가 그만큼 어려운 탓이라고는 하지만 사회가 점점 척박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문명의 발달은 인성을 기계화하는 것인지, 전파사는 지금처럼 문명이 발달되지 못했던 흘러간 시절의 구닥다리 얘기인데도 그때 그 시절의 길거리 캐럴송이 새삼 생각나는 것은 웬 일일까.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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