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에서 조선말기에 이르는 한국서예 2000년을 총정리하는 전시회가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관에서 열린다.
예술의 전당은 29일부터 내년 2월 11일까지 계속되는 개관 후 19번째 기획전에서 150점의 작품을 시대별로 나눠 선보인다. 아울러 전시기간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는 ‘한국서예,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전시특강과 작품설명회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는 김생(711∼790?), 탄연(1070∼1159), 김정희(1786∼1856) 등 한국서예를 대표하는 명필의 작품이 대거 나와 애호가들의 눈을 즐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전시작가에는 최치원(857∼908?), 한석봉(1543∼1605), 정약용(1762∼1836), 이하응(1820∼1898), 김옥균(1852∼1894), 오세창(1864∼1953)도 포함돼 있다.
주최측은 한자 전래 이후 조선 말기까지 서예의 특질에 따라 8개 시기로 나눠 전시를 구성했다. 글씨로 서예사를 정리하되 중국의 영향도 가미함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힌 것. 예술의 전당은 이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등 50개소에서 작품을 대여했다.
삼국시대의 경우 중국 북조의 웅건함이 잘 나타나는 고구려 서풍과 남조의 부드럽고 세련된 분위기가 느껴지는 백제 서풍, 그리고 고구려와 백제를 통해 중국의 서예를 간접 수용한 신라의 서풍을 비교하게 한다. ‘광개토대왕릉비명’ ‘무녕왕릉지석’ ‘영일냉수리신라비’ 탁본이 그중 일부다.
통일신라 초기는 당나라 서풍이 본격 도입돼 서예의 국제화가 이뤄진 때였다. 해서체의 전형을 제시한 구양순 등의 초당(初唐) 서풍과 왕희지 등 고전적 행서가 널리 유행해 김생, 최치원 등이 배출될 수 있었던 것. 전남 장흥의 ‘보림사 보조국사 탑비문’ 등이 줄줄이 출품된다.
12세기 들어서는 더욱 다양한 서풍이 들어와 서예사를 풍부하게 했는데, 왕희지의 행서를 유려하게 변화시킨 탄연이 대표적인 예였다. 그의 글씨로는 ‘청평산문수원중수기’가 나오며 왕희지의 글씨를 모은 ‘인각사 보각국사비’도 감상자의 눈을 현란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의 서예사에 영향을 준 원나라 인물은 조맹부였다. 특히 안평대군 이용은 그의 서풍을 수용해 널리 확산시켰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친필로 여겨지는 ‘칠언절구’ 등이 공개된다.
한석봉의 ‘한경홍진적첩’에서는 점차 단정한 필치로 다듬어지는 도학자들의 글씨를 살필 수 있으며, 18세기에 본격적으로 흘러들어온 청대의 서론은 김정희의 ‘묵소거사자찬명’ 등에서 엿볼 수 있다.
예술의 전당은 국내 최초 공개되는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 많다고 귀띔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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