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손님들마저 미용실에 자리를 내준 채 퇴폐이용원이라는 불명예스런 이미지로까지 번진 요즘 세태속에서 가업을 물려받아 형제끼리 38년을 외길 이용업에 종사하며 지역을 굳건히 지키는 이가 있다.
지난 10월 서비스업부문의 경기으뜸이로 선정된 의정부시 의정부1동 신신이용원의 차재윤씨(59).
차씨는 동생 희윤씨(54)와 38년동안 한 이발소에서 아버지 차석재씨(90)에게 전수받은 이발기술을 외도없이 굳건히 지켜오고 있다.
형제간에 동업을 하더라도 이익배분 문제로 집안다툼이 일어나곤 하는데 차씨 형제는 그 옛날 아버지가 쓰던 ‘신신이용원’이라는 다소 촌스런 상호를 유지하는 뚝심만큼이나 형제간의 우애도 ‘으뜸’으로 소문난 환상콤비다.
차씨의 이발사 인생은 6·25 한국전쟁 당시 부모를 따라 부산 피난생활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당시 의정부시에서 교편생활을 하던 아버지가 부산 피난생활속에서 이용원을 운영하게 된 것은 이들 인생의 큰 전환점인 일대 사건이었다.
여느 10대와 같이 꿈 많던 차씨는 18살때 부산MBC 방송국에서 8개월가량 전속 가수생활을 하며 음악에 푹빠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동생 또한 기타에 심취하며 여러 악기를 다루는 등 형제의 음악적 기질은 아무도 형제이발사라는 지금의 천직을 연상케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들이 이용기술을 배우게 된 계기는 당시 직물회사를 다니던 23살의 친형이 회사내 폭발사고로 하늘나라에 먼저 가게된 뒤부터다. 집안의 큰 기둥이라 생각한 차씨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이용원에서 기술을 익히며 이용학원을 다니기에 이르렀다.
이후 다시 의정부에 돌아온 차씨 가족은 지난 71년 의정부1동 지금의 신신이용원을 열게 됐고, 가업을 이어받기로 결정한 동생과 함께 30년 전통의 신신이용원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차씨는 지난 64년 이용사자격증 취득 후 85년 이용사 1급 기능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이 부문의 전문기술인으로 우뚝서게 됐다.
또한번 이들에게 주위의 칭찬이 이어진 것은 남몰래 입영장병들의 머리를 무료로 깎아주고 장애인과 노인들에 대한 무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무료봉사를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주변의 동종업종 종사자들에 의해 봉사활동을 활발히 펼치지는 못했지만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구리 장애자복지원에 대한 무료이발봉사는 지금도 1년에 3∼4회씩 빼놓지 않고 있다.
이로인해 지난 95년 장애자복지원의 무료봉사 공로로 보사부장관의 표창까지 받게된 것은 쑥스럽지만 가업을 이어 전통을 이어가는 집안의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현재 차씨가 지역사회에서 맡은 임무도 많다. 의정부1동 바르게살기위원회 회원과 청소년선도위원을 맡고있고, 경기도 이용협회 회장, 이용협회 중앙회 부회장, 이용사회 의정부지부장을 맡는 등 미용실에 고객들을 빼앗긴 자존심을 회복하고 일부 퇴폐영업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용업계의 새로운 전환을 위해 해야할 무거운 역할이 있다.
의정부시 이용원중에는 심야영업을 하는 곳이 없다. 차씨가 이용사회 의정부지부장을 맡게 되면서 특히나 강조했던 지역의 자체 룰이다. 심야영업은 능률도 오르지 않으면서 동종업종을 위협하는 한편 퇴폐영업의 유혹을 견디기 힘들게 된다는 차씨의 지론 때문이다.
차씨는 앞으로 이용업소의 퇴폐행위가 근절될 수 있는 새로운 경영마인드를 생각하고 있다. 기존의 서비스와 실내분위기로는 신세대 젊은 고객들의 깔끔한 취향과는 동떨어졌다는 판단 아래 미용실에 내준 남자손님들을 다시 끌기위해 시설혁신 등 새로운 마인드를 후배 이용원 관계자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또 규제완화로 파생된 무면허 영업과 심야영업에 따른 퇴폐업소 증가, 이용업과 유사한 각종 스포츠마사지와의 영업구별을 위해 질서체계를 바로잡아주는 제도보완이 강구되도록 보건복지부에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차씨는 38년 이용업의 전통을 이은 ‘큰손’답게 앞으로 그가 해야할 이용업은 물론 지역사회에 봉사해야할 큰일도 많다는 생각이다.
최근도 신신이용원을 찾는 차씨의 단골손님은 헤아리기 조차 어려울 정도다. 수십년 단골손님들은 항상 웃고 편안해 보이는 차씨의 인상에서 행복감이 배어나온다고 말한다.
이는 가업을 평생의 천직으로 여기고 늙으신 부모와 장모를 모시면서도 이들을 포함한 자식 3남매, 그리고 동생가족과 고락을 같이 한 이용원이 그에겐 가장 큰 세상이자 선물이기 때문이다.
<차재윤씨 인터뷰>차재윤씨>
- 경기으뜸이로 선정된 소감.
▲지금껏 동생과 더불어 부모님께 효도한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40여년동안 친절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꿋꿋하게 살아온 것밖에 없지만 최근세태에 비하면 작은 본보기가 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영광스런 상을 준걸로 안다. 때문에 지역봉사와 발전을 위해 더더욱 노력하겠다.
- 형제간의 우애 또한 화제감이라던데.
▲무엇보다 지금의 내 인생과 모든 사회활동,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동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따라서 으뜸상은 동생에게 주어졌어야 하는 하는 상이다.
- 평생을 같이한 이용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은 바로 아버지의 뒤를 잇는 일이라 생각했다. 평생을 다른일에 한눈팔지 않고 한 우물을 판만큼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직업에 대한 애정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전국 어느 이용사회 지부 못지않게 의정부지부가 큰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경기북부연합회 산하 11개 지부가 보다 화합하고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이미용사를 위한 정당성 있는 법령이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의정부=천호원·조한민기자 hm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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