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의 간계

굼벵이나 고슴도치는 건드리면 움츠러들고 가만 놔두면 제멋대로 꿈틀거린다.

민주당 동교동계가 정동영 최고위원의 퇴진요구 일격에 일단은 움츠러 들었다. 이른바 동교동계 11인의 정치쇼는 국면 모면용이다. 권노갑, 한화갑등 평소 껄끄러운 사이의 양갑을 비롯한 동교동계는 DJ의 노벨 평화상 수상장면 텔레비전 중계방송을 보면서 눈물을 흘려가며 단합을 다짐했다고 한다. 그런가운데 11명이 무려 양주 8병을 마셔댔다니 어지간한 취중다짐이었던 것 같다.

동교동계가 2선퇴진을 말하면서 권노갑 최고위원의 불퇴진 천명은 취중모순을 그대로 드러낸다. 동교동계 퇴진은 한마디로 권노갑씨 퇴진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전당대회인준을 빌미삼는 것은 말이 아니다. 그의 인준은 형식요건일뿐 총재가 임명한 것이 실질요건이다. 임명은 임명권자가 철회하면 그만이다. 선출직인 한화갑 최고위원의 퇴진은 그의 양식에 맡길수 밖에 없지만….

그건 그렇고, 눈감고 아웅하는 식의 취중다짐은 비동교동계로 당직을 맡겨 나무위에 올려놓은뒤 적당한 시기에 나무를 흔들어보겠다는 심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물러날테니까 어디 한번 얼마나 잘하나 두고보자는 다분한 심술로 보이는 것이다.(물러나는 마음은 순수해야 한다)

권씨를 비롯한 동교동계가 진정 DJ에게 충성어린 마음으로 물러날 마음이 있다면 모든 미련을 버리고 정계 은퇴를 선언해야 한다. 그래야 DJ가 과거의 인맥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재가 귀국할 즈음에 맞추어 언론플레이를 시도하는 연출은 결코 순수하다고 볼수 없으며, 그들의 주군에게 진실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굼벵이나 고슴도치처럼 마냥 움츠렸다 꿈틀거렸다하는 능소능대의 동교동계 무한변신이 실로 나라를 어지럽힌다는 생각을 해본다.

/白山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