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생활 20년째 접어든 조각가 우모씨는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첫 개인전을 열면서 한편으로 씁쓰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작업해온 조각품들을 경기도문예회관 대전시실에서 전시하고 있으나 꼭 선보이고 싶었던 야심찬 작품을 전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이 대전시실을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로 우씨는 오랜동안 작업해온 작품들을 총체적으로 보여줄 계획이었으나 전시를 준비하면서 엉뚱한 곳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그가 가장 아끼고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확산공간 2000’을 전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작품을 운반하도록 설치돼있는 도문예회관의 전시장용 엘레베이터가 고장나 규모가 큰 화강석 작품을 옮길 수 없었던 것이다.
우씨는 고장이 났으면 수리를 해야지 쓰지 못한다는 대답에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 할 수 없이 전시장 밖에라도 전시를 했으면 요구했으나 회관측 관계자가 ‘높은 사람(?)’이 지나는 길이라서 안된다는 궁색한 변명만 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렇다면 잔디밭에라도 작품을 전시할 수 없겠느냐고 하자, 이번엔 나무를 심어야 하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이었다. 전시기간은 겨울철인데 무슨 나무를 심는다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한 작가가 애지중지하는 작품을 전시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미술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책임을 과연 누가 질 수 있는 것인지.
도문예회관의 전시장은 지하에 위치해있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기때문에 대작 등 작품을 옮길 때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돼 있으나 늘 고장상태인지 전시관계자들은 이 엘리베이터를 사용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고 한다.
전시장 운영은 비단 엘리베이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술작품을 보관하는 수장고가 회관의 이런 저런 자재를 모아놓는 창고로 변신해 제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며, 전시장 조명등은 1991년 개관당시 설치된 이후 부식이 심해 전면적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 미술작가와 관람객들의 지적이다.
도문예회관은 언제쯤 예술인들과 도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건지.
/이형복기자 mercury@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