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시대

청와대 소속 청소원이라는 직원이 4억여원의 뇌물을 챙긴게 들통나자 청와대 비서실이 자성과 자정을 다짐하는 모임을 가졌다는 소식이다. 한광옥 비서실장이 직원조회를 소집하여 “국민들은 대통령 지근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높은 도덕심과 윤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고 신광옥 민정수석비서관은 청와대 직위를 이용한 청탁·압력행사, 물의가 예상되는 부동산·주식거래, 사설펀드 가입 금지 등을 당부했다고 한다. 아주 당연한 일을 다짐한 것을 보니 전에는 그리했었다는 것인지 비위가 상하려고 한다.

엊그제는 정계, 경제계, 관계, 학계 등 각계 각층의 인사 20여명이 ‘태평로 모임’을 발족했다.

‘태평로 모임’은 탈세 않기, 뇌물 없애기, 공사(公私) 구분하기, 차별없애기, 건강한 가정가꾸기, 환경지키기, 봉사활동의 생활화 등 7개의 실천 강령을 정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온갖 편법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 속에 원칙을 바로세운다는 취지로 모였다고 한다. 원칙이 무너지는 사회에서 기본을 바로 세우겠다니 그렇게만 된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절망에 빠뜨리는 인간들은 거의가 소위 지도층들이다. 이 사실을 입증하듯이 또 어이없는 일이 드러났다. 소위 지역유지들이라는 인간들이 세 소녀들에게 돈을 주고 번갈아 원조교제를 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우체국장, 파출소장, 면사무소 계장, 시의원, 부동산업자들이 세 소녀와 근 1년간 원조교제를 했다니 할말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추악한 비리와 모함, 부정, 부도덕이 가증스럽게 자행되고, 국민들이 정부와 국회와 권력층과 지도층을 못 믿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불신시대를 살아 간다는 것이 무참해진다. 푸닥거리나 살풀이를 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알만하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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